[더팩트ㅣ이다빈·안디모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조계종 스님들이 17일 서울 도심에서 중동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실천불교승가회 소속 스님과 시민 3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부터 주한미국대사관 인근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오체투지는 이마와 두 팔꿈치, 두 무릎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님들은 승복을 입고 목장갑과 무릎 보호대, 운동화 등을 착용한 채 굳은 표정으로 엎드렸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일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들의 이마에는 검은색 아스팔트 자국이 선명히 남았고, 흰 목장갑과 회색 승복 소매는 검게 변했다. 아스팔트 바닥에 쓸려 목장갑이 찢어지기도 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중동은 전쟁으로 아비규환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시작한 폭격을 멈추고, 이란도 맞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무기를 내려놔라"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군함 파견을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은 입으로 불을 뿜고 있는 용의 입에 들어가라는 것과 같다"며 "미국이 우리나라의 군함 파견 요청을 거둬들이고, 정부도 미국의 무모한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쟁에 우리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전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부담을 동맹국들에게도 지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교실을 향한 전쟁에 한국은 동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을 지목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이번 중동 전쟁은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예방전쟁을 명목으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향해 공습을 시작하며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