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KT&G가 본업인 궐련으로 사상 최대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성장의 질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 시장과 신사업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한 반면, 안방인 국내 궐련 사업과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건강기능식품은 역성장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18일 KT&G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 6조5796억원, 영업이익 1조34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KT&G의 전신인 한국전매공사가 설립된 1987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지난 3년간 0%대 성장률에 머물며 5조원대 후반 매출에 갇혀있던 정체기를 뚫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공격적으로 투자해 온 해외 사업이다. KT&G는 지난 2023년부터 유라시아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2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유라시아는 러시아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의 대륙을 잇는 중심지로,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KT&G는 카자흐스탄,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4개국의 생산공장을 발판 삼아 전 세계 145개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9.4% 급증한 1조877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실적에 힘입어 국내외 전체 궐련 매출도 11.8% 증가한 4조3672억원을 썼다.
차세대 궐련인 NGP(Next Generation Products·전자담배) 사업 역시 순항하고 있다. AI 기능을 강화한 '릴 에이블 3.0'의 흥행에 힘입어 해외 NGP 매출이 34.6% 뛴 3028억원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NGP 포함 해외 궐련 매출은 전년 대비 30.1% 증가한 2조18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궐련 사업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9.9%에 달하며, 절반에 이르는 등 해외에서도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 성과와 달리 안방 살림은 희망적이지 않다. 지난해 KT&G의 국내 궐련 매출은 전년 대비 3.5% 하락한 1조5921억원을 기록했다. 장기화한 내수 침체 현상과 건강을 챙기는 웰니스 문화가 유행하면서 궐련 수요도 급감했다.
실제로 KT&G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연간 궐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561억5000만 개비에 그쳤다. 이 기간 KT&G 국내 연간 궐련 판매량도 4.4% 감소한 377억6000만 개비였다.
건강기능식품 사업 역시 밝지 못하다.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1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나 하락했다. 국내 매출은 4.3% 감소한 8849억원을, 해외 매출은 33.0% 하락한 2521억원으로 집계됐다. 건강기능식품 특성상 선택적 소비재 성격이 강하고, 프리미엄 라인 위주로 구성돼 경기 불황에 의한 소비 위축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요인은 국내와 해외 모두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KT&G는 내수 시장의 한계와 건기식 부진을 해외 시장 다변화로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본업인 궐련 사업이 해외에서 성장세를 지속하는 만큼, NGP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신흥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KGC인삼공사도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식품 박람회 '2026 NPEW(Natural Products Expo West)'에 참가해 홍삼의 우수성을 현지인들에 알렸다. 국내에서는 주력 브랜드인 정관장을 청소년 전용 브랜드인 '아이패스'로 넓히고,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인 '화애락'도 강화하는 등 신규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KT&G 관계자는 "해외 궐련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전자담배 등 NGP 사업의 혁신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며 "현장 중심의 실행력과 과감한 조직문화를 통해 내수 부진의 파고를 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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