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공모가를 밑도는 케이뱅크가 상장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판갈이에 나선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교체·재선임 국면에 들어가면서 상장 이후 지배구조 재정비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 이사회 11→7명 축소…사외이사 8명 중 7명 거취 변화
오는 31일 열리는 케이뱅크 제10기 정기 주주총회의 핵심 안건은 이사회 재편이다. 케이뱅크는 최우형 행장 재선임, 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 선임, 감사위원 선임, 정관 변경 등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동시에 기존 11명 체제의 이사회를 7명 체제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장사 체제에 맞춰 이사회 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재 이사회는 이미 8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상훈·신리차드빅스·원호연 사외이사가 지난 3월 4일 중도 퇴임하면서 기존 11명 가운데 3명이 먼저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이다. 심기필·이경식·이동건·최종오 사외이사 등 4명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임기가 이어지는 인사는 오인서 사외이사 1명뿐이다.
3인의 사외이사 중도 퇴임과 관련해 케이뱅크는 상장사 전환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정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측은 "상장 이후에는 사외이사의 겸직이나 이해상충 여부 등에 대한 기준이 비상장사 때와 다르다"며 "대표이사 직을 겸하고 있거나 다른 회사에 소속된 사외이사의 경우 상장 시점에 맞춰 일부 정리가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장이 3월 5일 이뤄진 만큼 관련 규정 적용에 앞서 3월 4일자로 퇴임 절차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에 먼저 빠진 인사들은 상장 전 이사회의 성격을 보여준다. 여상훈 전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투자금융부, 신리차드빅스 포어러너캐피탈파트너스 대표, 원호연 로커스캐피탈파트너즈 대표는 2021년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추진 국면에서 이사회에 합류한 인사들이다. 당시에는 자본 확충과 투자자 대응, 공모 준비 과정에서 역할이 컸지만 상장 이후에는 겸직 제한까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이사회 재편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 재신임 여부가 갈리는 인사들의 성격은 또 다르다. 심기필 전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장, 이동건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이경식 서울대 교수, 최종오 김앤장 전문위원 등은 금융 실무와 규제, 내부 통제 기능을 보강하는 축에 가깝다. 상장 전 자본시장 대응형 이사회에서 상장 후 운영·통제형 이사회로 중심축을 옮기는 흐름이 읽히는 대목이다.
새 후보군 역시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케이뱅크는 정진호 전 KB국민은행 디지털전환본부 부행장, 김남준 전 신한카드 부사장, 이현애 전 NH선물 대표 등을 새 이사진 후보로 올릴 예정이다. 디지털 전략과 금융 리스크 관리,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상장 이후 이사회 방향성이 반영된 인선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사회 재편은 어느 정도 예고된 흐름이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일부 사외이사를 연임시키고 신규 인사를 선임하면서 임기를 1년으로 맞춘 바 있다. 올해 주총에서 상장 이후 이사회 구성을 한 번에 정비할 수 있도록 구조를 미리 맞춰 둔 셈이다. 상장 전에는 공모 완주가 우선 과제였다면, 상장 이후에는 주주 구성 변화와 상장사 규율에 맞춘 지배구조 정비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 공모가 8300원 밑도는 주가…상장 흥행 기대와 온도차
문제는 이런 재편이 이뤄지는 시점의 시장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올해 코스피 1호 상장사라는 상징성을 안고 증시에 입성했다. 수요예측과 청약이 진행되던 시점만 해도 코스피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대형 IPO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장 환경만 놓고 보면 공모 흥행을 기대할 만한 국면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모 성적표는 기대를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99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134.6대 1로, 숫자만 보면 무난했다. 그러나 공모가는 희망밴드(8300~9500원) 하단인 8300원에 턱걸이했고,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12.4%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케이뱅크가 체면은 지켰지만, 대어급 상장에 걸맞은 강한 열기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상장 전부터 시장 기대치와 실제 수요 사이에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상장 첫날 주가도 아쉬움을 남겼다. 케이뱅크는 지난 5일 시초가 9000원으로 출발해 장중 9880원까지 올랐지만 종가는 8330원에 그쳤다. 수급 부담도 숫자로 확인됐다. 상장 첫날 기관은 2295만주를 순매도했다. 여기에 2대 주주 우리은행은 상장일인 5일 보호예수가 없던 753만6442주를 장내에서 처분해 지분율을 11.08%에서 9.22%로 낮췄고, 베인캐피탈도 같은 날 처분 가능 물량 637만6891주 가운데 95만3786주를 매각했다.
이후 주가 움직임은 더 부진했다. 케이뱅크 주가는 상장 뒤 곧바로 7000원대로 밀렸고 공모가 8300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45분 기준 케이뱅크는 전 거래일(7110원) 대비 3.09%(220원) 내린 6890원을 호가 중이다. 시장은 케이뱅크의 공모가 하회가 단순한 단기 조정인지, 아니면 시장이 상장 밸류에이션 자체를 다시 평가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향후 락업 해제 일정도 이어진다. 15일 기준 확약 물량 521만1720주가 이달 중 시장에 풀린다. 4월에는 329만5900주, 6월에는 47만3660주, 9월에는 1080만8410주가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다. 이사회 판갈이로 지배구조를 정비하더라도 시장이 당장 더 민감하게 보는 것은 이런 매물 부담과 상장 이후 수급 안정 여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역시 마냥 여유로운 구간은 아니다. 케이뱅크의 2025년 순이익은 1126억원으로 2024년 1281억원보다 12.1%(155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는 1553만명, 여신 잔액은 18조4000억원, 수신 잔액은 28조4000억원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시장은 상장 이후 외형보다 이익 체력과 성장성을 더 본다. 경쟁 강도도 세졌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1019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케이뱅크와의 격차가 100억원대까지 좁혀진 상태다.
케이뱅크 측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에 대해서는 사업 확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장 이후 시장 기대가 높은 만큼 신규 금융상품과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앞서 간담회에서 설명했던 상품 출시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확장 전략도 그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는 주총에서는 인사 안건과 함께 정관 손질도 동시에 추진된다. 케이뱅크는 정관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은행'에서 '은행 및 주주'로 확대하는 안을 상정했다. 소비자보호위원회와 ESG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상장 이후 주주 보호와 책임경영 장치를 정관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현재는 최우형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구조다. 회사 측은 "대표와 의장을 분리하는 문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