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본격화됐다. 메모리 업황을 중심으로 반도체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주총을 통해 어떠한 진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727개사 중에서 이번 주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법인은 211곳에 달한다. 대기업 주총 시즌이 본격 개막하는 것이다. 특히 수요일인 18일에는 개인 투자자 약 420만명이 지켜보는 삼성전자 주총이 열린다. 20일에는 하루 동안 100개 이상의 기업이 몰렸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안건을 포함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 상정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용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전략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이다. 이는 반도체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 행보다.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다면 이사회 10명 중 절반이 반도체·로봇 전문가로 채워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AI·로봇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성장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김 사장은 미국 테일러 팹 운영을 위해 고객과 수주 협상을 주도, 장기 계약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관련 대내외 요청 사항을 수용하고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기존 사외이사인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개정 상법을 반영하는 의안도 다뤄진다. 이번 주총은 개정 상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열리는 첫 주총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는 정관에 명시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다.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의 건도 의결한다. 앞서 회사는 보유 자사주 1억543만주 중 8700만주(약 16조원)를 올해 상반기 내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주일 뒤인 25일 주총을 여는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먼저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차선용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반도체 기술진을 추가로 합류시킨다. SK하이닉스는 "차 사장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혁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이끌어 온 반도체 기술 리더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선제적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체계 고도화를 주도해 왔다"며 "고도화되는 기술 경쟁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과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그 외 개정 상법을 반영하는 형태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자사주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의 건도 처리할 계획이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강국 법무법인 가온 고문이 내정됐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와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재선임될 예정이다.
올해 반도체 기업 주총 분위기는 대체로 밝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빅테크 인프라 경쟁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남다른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주요 안건 외에도 주총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을 반도체 시장 전망, 사업 로드맵에 큰 관심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반도체 수장들이 직접 주주 소통에 나선다.
전 부회장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관련 주주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하며 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반대로 기존 HBM 강자인 곽 사장은 예년과 같이 소화 물량을 공개하며 시장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 또는 경계심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회사 CEO들은 줄곧 급등 흐름이었던 주가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주춤하고 있는 만큼, 전쟁 리스크와 관련한 사업 관리 상황, 대응법 등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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