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호텔 도깨비' 전성곤 "손나은, 단 한마디로 날 무너뜨려"


'K-정' 알리는 '호텔 도깨비' 10일 종영
익숙한 얼굴들 속 낯선 전성곤, 대체 누구
전성곤이 본 고두심 권율 손나은은?

전성곤(위 왼쪽 사진의 왼쪽)은 호텔 도깨비에서 독특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해만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던 그는 손나은의 말 한마디에 편하게 평소 나로 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사진은 손나은이 전성곤의 긴 머리를 잘라주는 모습. /전성곤 소셜 미디어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최근 종영한 MBC every1 예능 '호텔 도깨비'를 보면 잘 알려진 출연자들 사이에 매우 낯선 인물이 한 명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없이는 호텔 운영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직업은 배우로 나오는데 검색을 해보면 필모그래피는 거의 없고 '이건 뭐지?' 싶은 이력들이 좌르륵 나온다. 전성곤. 그가 궁금하다.

'호텔 도깨비'는 제주도에 있는 한옥 호텔을 직접 운영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배우 고두심, 권율, 김동준, 손나은, 가수 이대휘(AB6IX) 그리고 전성곤이 출연한다. 지난 1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10일 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방송을 한 회라도 본 이들이라면 시커멓고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한 사내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1972년 데뷔한 55년 차 배우 고두심을 스스럼없이 "엄마"라고 부르며 편하게 다가가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한 배우 이주영을 오토바이 뒤에 태워 바닷가를 질주하며, 미용사도 아닌 손나은에게 거침없이 머리카락을 싹둑 잘리는 남자. 자유로움 그 자체인데 깎듯하고 성실하며, 가장 낯선 동시에 또 가장 친근하게 느껴지는 존재다.

"당신의 정체는 대체 뭐냐"는 질문에 전성곤은 "방송에 배우라고 소개가 됐지만, 직업을 묻는 거라면 당당하게 배우라고는 못 하겠다. 어떤 분야에서 녹을 먹고 삶이 지탱이 되면 직업으로 내세울 수 있겠는데 그렇지는 않다. 배우 일을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맞다"고 말했다.

호텔 도깨비에서 낯선 존재인 전성곤은 굉장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신인 배우다. 그는 치열하게 살아 왔고 용기 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호텔 도깨비도 치열하게 임했다. /전성곤

전성곤의 이력은 흥미롭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곤대장'이라는 별명으로 캠핑 서핑 아웃도어 업계에서 유명하다. 글로벌 컬처 캠페인 브랜드 '아이엠어서퍼(I AM A SURFER)'를 만들고 이끌면서 국내외 수많은 유명 브랜드들과 협업해 사회공헌 및 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엔 JTBC 예능 '서핑하우스'에 마스터로 출연했다.

"치열하게 살아 왔고 용기 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을 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여러 프로젝트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어요. 지금은 연기에 호기심을 갖고 치열하게 해나가고 있어요. 연기는 제가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을 녹이고 담아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제 자아도 성숙할 수 있을 거 같고요."

전성곤은 배우로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독립영화 3편에 출연한 게 연기의 전부다. "마냥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서 해 나가자"는 일념으로 살아 온 그는 아예 직접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연기까지 했다. 최근엔 시나리오까지 직접 쓰고 있다.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며 하는 게 아니다. 호기심과 재미와 열정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호텔 도깨비'는 또 한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살아 왔기에 내가 처음 하는 게 있을까 싶었는데 많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전성곤은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살아 왔기에 내가 처음 하는 게 있을까 싶었는데 많더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혼자만 탔던 바이크에 누군가를 태우고 해안가를 달린 일이다. 사진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장한 배우 이주영을 태우고 질주하는 모습. /방송 영상 캡처

"사소한 거일 수도 있지만 바이크를 혼자만 탔지 누군가를 태워서 해안가를 달린다거나, 미용실이 아닌 곳에서 누가 내 머리를 잘라준 다거나 그런 것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출연자 분들 모두 많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겠지만, 전 실질적으로 이렇게 함께 오랫동안 호흡한 건 이 분들이 처음이에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저에겐 처음인 거죠."

전성곤은 권율과는 동네에서 종종 뭉치는 아는 사이지만, 다른 출연자들과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그런데 지금은 둘도 없이 끈끈한 사이가 됐다. 그가 바라본 다른 출연자들은 어땠을까.

"고두심 선생님은 엄청난 배우시고 존재감이 크고 상징적인 존재잖아요. 다들 어려워할 텐데 전 제일 편했어요. 엄마 같았거든요. 지금도 통화할 때 엄마라고 불러요. 선생님도 그게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프로그램 취지가 '정'인데 정을 주는 행위를 '엄마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마디로 '세계인의 엄마'가 아닐까 싶어요."

"출연자 중에 율이만 친분이 있었는데 동네에서 볼 때랑 완전 다르더라고요.(웃음) 일할 때 섬세함이 있고 사람을 대할 때 배려에서 깊이가 느껴졌어요. 권율식 말투와 개그가 있는데 그 안에 묻어나오는 세심함도 있고요.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전성곤은 출연자들과 급속도로 끈끈해졌다며 우리마저 정이 없다면 온전히 정을 전할 수 있었을까 싶고, 반대로 외국인 게스트 분들께 정을 전해주려려고 했는데 우리 또한 받고 있던 건 아닐까 싶다고 돌아봤다. 사진은 포스터. /MBC every1

"동준이는 배우 이기우를 같이 알더라고요. 그래서 금방 친해졌는데 요리를 정말 잘해요. 요리 프로그램도 나오고 해서 어느 정도 하겠거니 했는데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해서 새로운 음식도 만들어내요.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었어요. 잘생겼지, 성격도 좋지, 노래도 잘해, 연기도 잘해. 참 대단한 친구예요."

"대휘는 언어 천재로 나오는데 소통하는 과정에서 언어 센스가 탁월해요. 인생 2회차 사는 애 같아요. 막내인데 막내 같지 않고 미묘해요. 저 나이에 음악과 직업에 있어서 저런 사상을 갖고 몰입한다는 게 대단해 보였어요. 만약에 제가 대휘 나이대로 돌아간다면 대휘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나은이는 한마디로 절 무너뜨렸어요. 사실 처음엔 방해만 안 되게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둘만 머리가 길어서 그랬는지 '오빠 너무 캐릭터 겹치는 거 아니예요?'라고 장난을 하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편하게 평소 나로 임하게 됐어요. 출연자들이 돈독해진 원천이 나은이에요. 굉장히 생각이 깊고 털털하고 잘 먹더라고요.(웃음)"

출연자들은 방송이라서가 아니라 매우 돈독한 사이가 됐다. 마지막 촬영을 마칠 때는 모두가 펑펑 울었다고. 그들 사이에 피어난 정은 외국인 게스트들에게도 전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한국인의 정을 나눈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도 회가 거듭할수록 빛을 발했다.

전성곤은 K열풍 사이에 빈틈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우린 그게 정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진도 그렇고 출연자도 우리가 어떻게 비춰질까보다는 한국의 정을 바르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마지막회 모습. /방송 영상 캡처

"전 세계에 K 열풍이 부는데 물건이나 문화를 보여주는 건 위대한 선배들이 워낙 잘하고 있잖아요. 그 사이에 빈틈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우리는 그게 '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작진도 그렇고 출연자도 우리가 어떻게 비춰질까보다는 한국의 정을 바르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진심은 언젠가 닿으니까요."

"우리마저 정이 없다면 온전히 정을 전할 수 있었을까 싶고, 반대로 외국인 게스트 분들께 정을 전해주려려고 했는데 우리 또한 받고 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이탈리아 부부 어린 아들이 저랑 제일 많이 있었는데 나은이한테만 웃어주더라고요. 그러다가 마지막 날에 저한테 안기면서 울더라고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호텔 도깨비'는 10일 8회로 막을 내렸지만 출연자들 마음속엔 이미 시즌2가 자리잡고 있다. 곤대장은 "만약에 시즌2를 제작하게 된다면 아마 스케줄만 다 맞으면 그대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제작진이 전해주기를 고두심 선생님이 진심을 다 했고 너무 끈끈해져서 지금보다 더 나은 조합 있을까 싶다고 말씀하셨대요. 이번에 언어나 요리나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는데 최대한 보완해서 시즌2를 한다면 더 열심히 해야죠. 그때까지 곤대장으로서의 일도, 전성곤으로서 연기도 치열하게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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