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산불 오기 전에 막는다…무섬마을 지키는 3톤 방어선

12일 오후 전통 고택이 어우러진 영주 무섬마을에서 영주소방서가 친환경 산불지연제 활용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주소방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 강가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이 있다. 외나무다리와 전통 고택이 어우러진 무섬마을이다. 이곳의 풍경은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늘 위협 속에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반복된 대형 산불은 전통마을과 문화재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 됐다.

12일 오후 고요하던 무섬마을 주변에 소방차가 멈춰 섰다. 영주소방서 대원들이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산림 외곽에 친환경 산불지연제를 살포하는 예방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약 3톤의 액체가 마을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방어선'을 만들었다.

이 지연제는 단순한 물이 아니다. 불길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진화 효율을 높여 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토양과 수생 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성분이라는 점에서 전통마을 보호에 적합하다.

12일 오후 전통 고택이 어우러진 영주 무섬마을에서 영주소방서가 친환경 산불지연제 활용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주소방서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이 활동은 "불이 난 뒤 끄는 대응"이 아니라 "불이 오기 전에 막는 보호"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그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해 경북 대형 산불 당시 소방당국은 산불지연제를 집중 투입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화마로부터 지켜냈다. 당시 투입된 지연제는 134톤. 그 '보이지 않는 장벽' 덕분에 세계적 문화유산이 무사할 수 있었다.

문화유산 보호는 화려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재난이 오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조용한 노력의 연속이다.

무섬마을을 둘러싼 3톤의 액체는 단순한 화학 물질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역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문화유산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진화는, 어쩌면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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