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사퇴' 요구 빗발치는데…농협, 자체 개혁안 마련 집중


농협개혁위원회, 4차 회의 열고 자체 개혁안 마련
전국 곳곳서 "사퇴하라"…강호동 "신뢰 회복하겠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농협개혁위원회가 자체 개혁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지난 10일 제4차 회의를 열고 농협 운영 전반을 전면 재설계하는 자체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개혁안은 선거 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제고, 책임 경영 강화, 내부 통제 강화 등 농협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선거 제도 개편의 핵심은 금품수수 등 불법 선거 관행을 근절하고 정책 중심의 공정한 선거 문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중앙회장 선거에 비용 보전 제도를 신설하고 정책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의무화해 정책 중심 선거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호별 방문이나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 운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계치 기반 부정 선거 자동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이상 징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선거관리기관에 자동 경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 조합원 제명, 기탁금 몰수 등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공소시효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인사 부문에서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추진된다.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해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외부위원 추천 채널을 다양화하고 추천 위원을 2배수 이상 확대해 운영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내부 통제 부문에서는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해 윤리 경영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며 범농협 차원의 윤리 경영을 총괄하고 농협개혁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개혁 과제 이행 상황도 지속해서 감독할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번 회의에서는 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선출 방식을 두고 중앙회의 연합회적 성격을 고려한 조합장 직선제와 선거 과열 방지와 효율성을 강조한 이사회 호선제가 팽팽히 맞섰다. 일부 위원은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어느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회장 권한 축소 등 강력한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광범 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금권 선거, 회전문 인사, 취약한 내부 통제 등 농협에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책 선거 제도화와 준법감시위원회 및 독립이사제 도입을 통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곳곳에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호동 회장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 특별감사를 통해 강호동 회장이 수억원의 공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강호동 회장 체제에서 이사회 조직 개편 의결을 미이행하고 자의적으로 포상금을 집행하는 등 재단 자금 운용이 불투명하고 독단적으로 운영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특별감사를 바탕으로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전농 전북도연맹 등 전북 지역 농민단체는 "제왕적 권력 뒤로 숨은 강호동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며 "강호동 회장의 비리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농협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은 "강호동 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농협이 그동안 누적해 온 구조적 적폐와 특권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강호동 회장의 즉각 사퇴와 전면적인 농협 개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강호동 회장은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조직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혁신하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환골탈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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