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의결권 활동 위축" 반발…고려아연 고소, 오히려 자충수 가능성


고려아연, 9일 영풍·MBK 측 대리행사 업체 직원 일부 고소
24일 주총 앞두고 액면분할 공방·ISS 권고까지 격화

오는 24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공방이 의결권 대리행사와 액면분할, 이사회 구성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고려아연

[더팩트|윤정원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 일부를 경찰에 고소하자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고소가 정당한 의결권 대리행사 활동을 위축시키는 압박 수단이라고 반발한 반면, 고려아연은 주주를 오인하게 만든 불법 행위에 대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공방은 의결권 확보 경쟁을 넘어 주총 표심을 겨냥한 정면충돌로 번지는 모습이다.

◆ 고려아연 고소에…영풍·MBK "사실관계 왜곡한 일방적 주장"

지난 9일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 일부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이들이 주주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직원으로 오인될 수 있는 형태를 취했고,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 자택 앞에 '고려아연'이라는 사명만 적힌 안내문을 부착해 연락을 유도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주가 상대방을 회사 측 인사로 오인한 상태에서 의결권 위임 여부를 검토하거나 실제 절차에 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이런 방식이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고, 주주 판단을 흐리게 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판단해 고소를 결정했다"며 "주주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총을 앞둔 의결권 권유 과정에서 권유 주체와 관련 중요사항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셈이다.

영풍·MBK 측은 고소 소식이 알려진 당일 곧바로 반박문을 내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를 맡은 자문기관들이 관련 법령을 준수해 활동하고 있으며, 사원증 위조나 회사 사칭과 같은 위법 행위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리인 명함에는 'MBK·영풍 연합 대리인'임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고, '고려아연 주주총회'라는 문구 역시 해당 주총을 특정하기 위한 실무상 표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영풍·MBK 측은 특히 고소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영풍·MBK 측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형사 고발은 정당한 의결권 대리행사 활동을 위축시키고 주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위한 압박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주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로, 그 자체가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허위 사실 유포가 확인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 고소전 넘어 명분 싸움으로…주총 앞 표심 신경전 확산

영풍·MBK가 고소 직후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이번 공방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형사 절차가 아니라 정기 주총을 앞둔 의결권 확보전에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주총이 임박한 시점에 대리행사 대행업체 직원까지 형사 절차 대상에 포함된 만큼 이를 단순 해명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칭'이나 '오인 유도'라는 프레임이 굳어질 경우 의결권 권유 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이번 반박문에서 자신들의 대응을 단순 방어가 아닌 '주주권 보호' 문제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대리행사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의결권 대리인을 형사 고발하는 것은 마타도어식 여론전"이라며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제한했던 중대한 사안에 대한 해명과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고소가 강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자칫 영풍·MBK 측에 반격 명분을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위법성 판단이 나오기 전 고소 수위가 먼저 높아진 만큼, 영풍·MBK 측이 주장하는 정당한 의결권 활동 위축 프레임이 주주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고려아연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영풍·MBK 측은 주총 직전 정당성과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이 명함과 안내문, 통화 과정에서 실제 오인을 유발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소 제기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수사 과정에서 권유 주체 표시의 적정성과 주주 접촉 방식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고소가 도리어 영풍·MBK 측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팩트 DB

◆ 액면분할·집행임원제 충돌…"갈지자" vs "일관된 입장"

고소 하루 전인 8일에도 양측은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은 바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는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안건에 반대해놓고, 올해 정기주총에서 다시 같은 취지의 안건을 들고나온 것은 주주 혼란을 키우는 '갈지자 행보'라고 비판했다. 실제 액면분할은 이미 현 경영진 제안으로 가결됐다. 그럼에도 영풍·MBK 측이 제기한 가처분으로 실행이 막혀 있는 만큼, 고려아연은 이들이 스스로 묶어둔 안건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봤다.

이에 맞서 영풍·MBK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도입은 일관된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임시주총의 본질은 안건 찬반이 아니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상호주 구조를 위법하게 만들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MBK 측은 "2025년 1월 당시 임시주주총회 직전 탈법행위로 상호주 구조를 위법하게 만들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함으로써 총회가 파행이 됐다"며 "법원은 해당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임시주총 결의사항 다수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영풍·MBK는 지난해 임시주총에서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도 부연했다. 안건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위법한 의결권 박탈 아래 진행된 주총에서 해당 안건에 찬성할 경우 그 절차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었다는 게 골자다. 이들은 "이번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동일한 취지의 안건을 다시 제안한 것은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 아래에서 주주의 의사를 다시 묻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입장 변경으로 해석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리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영풍·MBK는 현 경영진의 일관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가처분으로 효력이 정지됐던 다른 안건들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 다시 올라 가결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풍·MBK는 액면분할 안건만 빠진 점을 들어 현 경영진이 실제로는 액면분할을 원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 ISS 권고까지 겹친 막판 변수…최윤범 재선임엔 '반대'

양측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막판 변수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판단까지 떠오른 상태다. ISS는 9일 '의결권 분석 및 벤치마크 정책상 의결권 권고' 보고서를 통해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이번 주총의 핵심을 실적보다 거버넌스 문제에 뒀다. 자사주 고가 매입 이후 저가 유상증자 추진 시도, 상호주 형성을 통한 영풍 의결권 제한 논란, 대규모 전략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심의 절차 문제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MBK는 이를 자신들이 줄곧 강조해온 지배구조 정상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재료로 해석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의 본질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반복된 지배구조 왜곡과 통제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윤범 회장 재선임 안건에 ISS가 명확히 반대를 권고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최윤범 회장 체제에 대한 국제 투자사회의 구조적 불신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ISS 판단이 영풍·MBK 측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ISS는 이사 5인을 집중투표제로 선출하는 안건에는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측 추천 인사인 황덕남 이사회 의장과 미국 크루서블 JV 측이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를 지지했다. 동시에 영풍·MBK 측 추천 후보인 박병욱·최병일·이선숙 후보 3명 선임에도 찬성했다. 최윤범 회장 재선임에는 반대하면서도 이사회 전체를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이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는 조합을 제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ISS 권고가 최윤범 회장 개인의 재선임에는 제동을 걸면서도, 이사회 전체를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기울이기보다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는 방향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찬반을 넘어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이 실적보다 지배구조와 이사회 통제 구조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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