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노원구=오승혁 기자] "혹시 이 차 주유구 위치 알아요? 기름 넣으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어렵네..." (주유소 고객)
"용기에 담아 드리는 형태로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차주 분 차 빼세요." (주유소 관계자)
10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SK에너지 주유소를 찾았다. 최근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국내 기름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가운데, 10원이라도 더 싸게 파는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유목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유가정보 공시 사이트 '오피넷'의 시도별 최저가 주유소 항목에서 서울시 최저가 판매 장소로 등록된 이곳은 진입하려는 차량으로 '차산차해'를 이뤘다. 주유소로 향하는 차량 줄은 인근 골목까지 길게 늘어섰고, 병원과 식당 등이 밀집한 상권 도로는 주유 대기 차량과 출근 차량이 엉키며 혼잡을 빚었다.
나가기가 무섭게 다음 차량이 자리를 잡아 차량으로 가득 찬 주유소 내부와 진입로 기점으로 인근 사거리 너머까지 이어진 차량 행렬은 약 50여대에 달했다.
행렬에 섞인 차종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값비싼 수입차와 세단부터, 생계를 위해 기름 한 방울이 절실한 1톤 포터 트럭,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패밀리 SUV와 경차, 배달용 오토바이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최저가' 앞에 줄을 섰다.
이에 주유소 직원들은 교통 통제와 차량 안내 등으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50.08원이다. 이곳은 1769원에 판매 중이었다. 리터당 180원 이상 저렴하다 보니, 일반적인 중형 자동차의 연료 탱크 기준인 60리터를 가득 채울 경우 약 1만 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출근 전 주유를 마치려는 운전자들의 눈빛에는 조급함과 간절함이 동시에 읽혔다.
현장에서 본 가장 이색적인 풍경은 주유기마다 붙은 '용기 판매 불가' 안내문이었다. 기름값이 급등하자 드럼통이나 개인 용기를 가져와 미리 사두려는 이른바 '사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한 중년 남성 운전자는 가족의 차를 대신 몰고 나온 듯 주유구 위치를 몰라 당황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주유구 위치를 물으며 "집에서 빨리 가서 기름 넣어오라고 성화라 급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고유가 충격이 서민 경제를 직격하면서, 주유비 지출을 어떻게건 줄이려는 시민들의 '눈치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