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노무관리 시험대 오른 산업계…역량 강화 불가피


노동부 "노사 상호 존중 협의하면 갈등 줄어들 것"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10일 시행됐다. 2022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이 옥중투쟁을 하는 모습. /더팩트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10일 시행됐다. 노동계가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산업계는 노무 역량 강화 등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됨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의 단체교섭 요청이 있을 경우 이전과 달리 거통고지회와 직접 교섭에 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 2022년 하청노조가 임금인상과 상여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하청노조 유최안 부지회장이 선박 바닥에 쇠창살 케이지를 설치하고 용접으로 출입구를 막아 본인을 감금하는 등 투쟁을 벌였다.

사측은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사건 발생 3년 만인 지난해 하청노조와 합의해 취하하기도 했다. 쟁의 행위와 관련해 노동자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하청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한화오션에게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거통고지회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중앙노동위원회, 지난해 서울행정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도, 노조도 기준이 애매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원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에는 원청과 하청 노동자 교섭 단위를 분리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산업계는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법 시행 전인데도 하청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한다"라며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 교섭 요구나 쟁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판단 체계를 세워야 한다"라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관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AI(인공지능) 시대 도래 등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여러 경영 판단이 나오는 가운데 경영상 판단도 노사 갈등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합병 등 경영상 결정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을 전개하는 것이 맞냐는 주장이다.

세부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 등 제조업 분야에서는 여러 협력사가 있는 만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 행위가 많아져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은 우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무·법무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핵심인 사용자 범위 확장으로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길이 열리면서 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KG스틸은 당진공장과 인천공장 생산지원 업무를 담당해 온 100% 자회사 KG스틸S&D와 KG스틸S&I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노란봉투법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사측은 "경영 효율성을 위해 결정했다"라며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비제조업 분야 일부도 노란봉투법 대응에 나섰다. 한 주요 금융업체는 하청업체 소속인 콜센터 직원을 노란봉투법 대상으로 보고 노무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노란봉투법 대응이 주요 업무로 부상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및 노조할 권리 쟁취 투쟁 선포대회를 연다. 원청 회사에 교섭 요구 공문도 보낼 예정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00만 조직확대산업단 선포식을 연다.

산업계는 이달 이후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 시기에 노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여러 제조 계열사가 있는데 임금협상이 본격화하면 노란봉투법 시행이 체감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노사간 대화가 갈등 해소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갈등 상황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노사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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