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미국이 이란 공습에 범용 인공지능(AI)을 투입하면서 AI가 현대전의 핵심 지휘부로 부상했다. 이번 공습에서 살상 무기 활용을 거부한 앤트로픽은 미 정부에서 퇴출됐다. 해외 기술 의존에 따른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국방 AI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외신과 IT업계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이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개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MS)'을 활용했다.
이번 작전에서는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의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가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빅데이터 방산 기업 팔란티어의 플랫폼으로 위성 사진과 드론 영상 등을 수집하고 '클로드'가 전투 시뮬레이션을 분석해 타격 목표와 시기를 사령관에게 제안했다. 이어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망 '스타링크' 등과 연동한 자율 무인 드론으로 공격을 펼쳤다.
범용 AI가 전면에 나서자 실리콘밸리는 반발했다. 상업용으로 개발된 기술이 정확성 검증이나 인간의 윤리적 판단 없이 살상과 파괴에 쓰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정부에 AI를 공급하되 자율 살상 무기 등에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기존 계약을 파기, 연방 기관 내 앤트로픽 기술 도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후 오픈AI가 미 국방부와 기밀 네트워크 AI 모델 배포 계약을 맺고 빈자리를 채우자 '챗GPT' 불매 운동이 확산하기도 했다. 계약 당일 '챗GPT' 삭제율은 전날 대비 295% 늘어났다. 구글과 오픈AI 직원 900여명은 "우리는 분열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내고 살상 무기에 대한 AI 사용 거부를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AI 윤리 원칙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가 "핵무기 발사 결정권을 AI에 위임할 경우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듯 기술 발전이 안전장치를 앞지른 데 따른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해외 기업의 기술에 의존할 경우 앤트로픽 사태처럼 대외 정책이나 전시 상황에 따라 AI 기술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이 안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는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안보 통제권을 쥐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정부는 국방 분야에 국가대표 AI로 불리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분기 중 독파모 정예팀에 국방 데이터를 공개해 국방 AI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최근 간담회에서 "국방과 공공 행정 분야는 독파모 사용을 기본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 위기를 타개하고 지능형 강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방 AX 전략'을 전면 가동했다. 오는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 5만개 규모의 국방통합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독자적인 AI 학습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휘관의 결심을 지원하는 'AI 전투참모'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 장병을 첨단 기술군으로 육성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국방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를 위한 방산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주요 임원들과 민간 주도형 AI 무기체계 모델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임문영 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국방 무기 획득 체계의 전면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며 "방산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검토하고 관계 부처와 협력해 국방 AX가 실질적인 전력 증강과 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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