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EU도 보호무역 나섰다…현대차·기아 '예의주시'


'메이드 인 유럽' 강화하는 산업가속화법(IAA) 공개
전기차 보조금 조건 강화…中 겨냥했지만 현대차·기아도 긴장

EU가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전략 산업에 역내 제조 요건을 도입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진은 기아가 유럽 맞춤형 모델로 선보인 전기차 더 기아 EV2. /기아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유럽연합(EU)이 자동차 등 전략 산업에 역내 제조 요건을 도입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을 견제하는 한편 역내 산업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다만 이 법안이 전기차로 유럽을 적극 공략 중인 현대차·기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표한 IAA의 핵심 중 하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역내 생산 비율' 요건을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럽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배터리를 제외한 차 부품의 최소 70%를 EU 내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AA가 사실상 저가를 무기로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인 만큼 이번 조치로 중국이 유럽에서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기는 어려워졌다.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 2019년 0.5%에서 지난해 12.8%로 빠르게 확대된 상황이다.

반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는 EU 원산지 조건에 포함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부터 한-EU FTA가 발효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FTA 체결국이라도 전기차 판매 시 EU산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EU 역내에서 차량이 조립되고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도 EU산이어야 한다. 때문에 유럽에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IAA를 예의주시 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에 공개된 IAA 관련 "EU원산지 조건에 FTA 체결국이 포함된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면서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EU조립 조건이 들어간 것은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강화라는 변수가 불거지자 유럽으로 눈을 돌려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지난해 유럽에서 18만3912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기세라면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에 1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14종에 달한다. 14종 가운데 10종은 전용 전기차로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5N, 아이오닉6, 아이오닉9, 기아 EV3, EV4, EV5, EV6, EV9, PV5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아는 'EV4'와 현지 전략형 모델 'EV2'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현대차도 유럽 생산거점인 체코 공장을 통해 오는 11월 유럽에서 선보일 신형 전기차 모델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EU 역내에서 차량이 조립', '배터리를 제외한 차 부품의 70% 역내 생산' 등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모자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유럽 판매 물량 중 80% 이상은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또한 EU산 인정 요건을 충족하려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까지 유럽에 진출해야 하는 만큼 수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측은 IAA 정식 발효까지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남아있는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식 발효 전까지 일부 수정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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