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성화" vs "시장 망치는 독단"…24시간 주식 거래에 갈등 격화


거래소, 6월 12시간·내년 말 24시간 거래 추진
업계 "준비 시간 부족·인력 충원 먼저"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사무금융노조)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거래시간 연장 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두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사무금융노조)가 무기한 투쟁에 돌입하는 등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성장세와 글로벌 추세에 비춰볼 때 증시 활성화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과 연장만으로 우량 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시장을 망치는 독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맞서는 추이다. 일각에서는 현장 의견의 충분한 수렴과 소통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6월 29일부터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후로 프리(오전 7시~8시)·애프터(오후 4시~오후 8시) 마켓이 개장한다. 이로써 하루 12시간 거래 체제가 가동된다. 거래소는 시스템 준비가 완료된 증권사부터 순차 참여시키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년 12월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성장세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출퇴근 시간대 거래 수요를 흡수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실제 지난해 넥스트레이드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644억원, 146억원을 기록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5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거래 연장 방안을 두고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는 이미 12시간 거래를 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거래소 간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며 "글로벌 추세에 비춰볼 때, 국내 대체거래소와의 동등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거래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주요 국가들이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세계적 흐름에 맞춰 거래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증권가와 사무금융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무기한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오전 7시 개장과 무리한 시간 연장은 국내 주식시장 선진화에 역행한다"며 "개장 시간만 늘린다고 우량한 장기 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얇은 호가창을 노린 극심한 변동성만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 우리 주식시장을 건강한 투자 문화와는 거리가 먼 '단기 변동성을 쫓는 트레이더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이는 결국 선량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이 과연 선진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건강한 자본시장을 망치는 독단과 불통의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즉각 퇴진하라"고 날을 세웠다.

주식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놓고 증권업계와 노조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사무금융노조가 설치한 컨테이너 모습. /장혜승 기자

증권사들은 인력과 시스템 확충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 시간만 늘린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정산 인력, 결제 인력, 거래 인력 등 인력 추가 배치를 해야 한다"며 "24시간 거래에 투입되는 자원 대비 시장 수요가 충분할지도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의 '일방 추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거래소 측은 사전 공청회에서 "그대로 추진할 거니 여력이 되는 곳은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증권사가 거래소 회원사인 구조에서 일부만 참여해도 나머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거래소 측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조정해 온 결과"라고 해명했으나 현장 목소리는 다른 상황인 셈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계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며 "강압적으로 찍어누르지 말고 거래세 폐지나 인하 같은 당근도 함께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거래시간 연장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한투연은 "2016년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을 때도 유동성 증가 효과가 기대 이하였다"며 "한국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경쟁만 생각하지 말고 시간 연장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요소에 대한 연구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는 찬성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 모(35)씨는 "미국 주식은 사실상 주말 빼면 24시간 거래체제가 구축돼 있는데 한국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래 시간이 연장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직접 소통 행보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 시범 운영에 참여하는 2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날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최종 점검하고 거래 시간 연장에 따른 현실적 대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관련한 증권사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연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며 "하루종일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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