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현장 청년층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직된 위계 질서에 대한 불만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성세대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하지만 2030세대 평가는 정반대다. 세대 간 인식 격차가 인력 수급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는 통제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청년층 유입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 위계는 그대로…2030세대 전방위적 부정 인식
4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세대별 건설기술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건설산업 조직문화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청년층은 업계를 냉정하게 바라봤고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보였다.
청년층은 창의와 혁신·경력 개발 기회·공정한 보상·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줬다. 현장 분위기가 성과 중심 경쟁과 경직된 위계 질서를 강조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동기부여 부족 역시 주요 불만으로 꼽혔다. 반면 기성세대는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를 내렸다.
연구원은 세대 간 시각 차이를 '비교의 기준'에서 찾았다. 청년층은 다른 산업과의 비교 속에서 건설업 문화를 평가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과거와 비교해 개선됐다는 점에 방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같은 조직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특히 연구원이 조직문화 유형을 경쟁가치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건설산업 조직문화는 내부 통합과 통제·성과·위계 중심 성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업 수주와 원칙·권위를 중시하는 구조다. 반면 바람직한 미래 문화 유형으로는 유연성과 자율성·혁신 지향이 제시됐다.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통제 중심 문화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연구원은 "업계의 조직문화 유형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며 "현재 건설업계 조직문화 유형이 변화하지 않으면 직면하고 있는 청년층 유입 문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산업계가 함께 조직문화 혁신에 앞장서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 업무 만족도 저하 1위…인력 이탈 경고음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 청년 인재 확보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기술인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 건설사 94%는 최근 3년간 기술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연령 구조도 빠르게 기울고 있다. 2004년 전체 건설기술인 중 11%를 차지했던 50대·60대 비중은 2024년 57%로 급증했다. 반면 20대·30대는 같은 기간 64%에서 15.7%로 급감했다. 청년층이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연봉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성장 가능성·근무 환경이었다.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산업 고령화가 관행과 문화 변화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변화 속도가 느려질수록 청년 유입 여건은 악화되고, 이는 다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조직문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개인 차원의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5점 척도 조사 결과에서 ‘업무 만족도 저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분노·좌절·초조·흥분 등 심리적 증상과 두통·피로·호흡곤란 등 생리적 증상이 뒤를 이었다. 부정 영향 평균은 청년층에서 가장 높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원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임금만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에 따라 정당하게 인정받는 수평적 문화"라며 "이 괴리를 해소하지 못하면 현장은 더욱 젊은 인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문화 개선 방안으로는 성과 관리·보상 체계 마련이 27%로 가장 많았다. 조직 차원 문화 비전·전략 설정(17.5%)·정부 차원 인센티브 제도 마련(16.4%)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 청년 인재를 확보하려면 Z세대 직업관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개인 역량·전문성 성장과 경제적 보상·양질의 교육·근무환경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