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종로=김시형·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3일 서울 도심 거리로 나와 본격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구호를 외치지 않는 '침묵 행진' 형식을 택했지만, '사법파괴 3법 악법' 피켓을 앞세워 대여 공세와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국민의힘 의원들, 당협위원장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사법독립 헌정수호 국민 규탄대회'를 연 뒤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에 앞서 본청 앞에는 지지자들 약 200여 명이 집결해 "장동혁 화이팅", "장동혁 힘내라"를 연호했다.
건물 간판보다 큰 태극기와 성조기를 겹쳐 든 이들, '윤어게인' 문구가 적힌 빨간 띠를 모자에 두른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담긴 옷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의원들은 '삼권분립 파괴 당장 중단하라', '사법파괴 독재완성'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네 명씩 줄을 맞춰 청와대로 이동하는 대열에 섰다.
장 대표는 출발에 앞서 "여러 목소리로 갈라지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수호라는 하나의 구호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당대표로 뭉쳐야 산다"고 화답했다.
국회를 떠나 본격 도보 행진이 시작되자, 쏟아져 나온 지지자들과 동선이 뒤엉키며 중간에 대열을 재정비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시민이 장 대표를 향해 "부동산을 판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자 일부 지지자들이 "입을 다물라", "개딸은 나가라"고 맞서며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지지자들이 대열 주변으로 몰리자 여의대로 앞에서는 한 의원이 "성조기는 치워라", "국민의힘 깃발 하나 갖고 오는 게 그렇게 어렵나", "'사법 파괴' 문구가 담긴 피켓은 없느냐"고 항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근에서는 "국민의힘을 해체하라"는 외침도 들렸다. 마포대교로 향하는 길목에서 인파를 본 시민들이 경찰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 장면도 있었다.
이날 행진은 별도의 구호 없이 침묵 속에 이어졌다. 지지자들은 '양심껏 행동하고 진실을 마주하라', '이재명 재판 재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 깃발을 들었지만, 행진 대열은 비교적 조용히 이동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시민도 눈에 띄었다.
대형 깃발이 전선에 걸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일부 지지자들은 길목을 지나며 "이게 민심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마포대교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지지자는 "사법 3법을 비롯해 각종 법안을 야당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여당 행태를 보고 가만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이모 씨는 "지금 당이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여러모로 굉장히 위기 상황 아니냐"며 "의원들이 직접 걷는다고 해 함께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광화문 인근에 이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중간 합류하며 인파는 더 불어났다.
70대 남성 박모 씨는 "국회에서부터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합류했다"며 "민주당의 폭거에 맞서야 한다는 이유로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 방향 행진을 두고 회의론도 제기됐다. 행진에 참석한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순방 중인) 대통령에게 우리가 이렇게 나섰다는 점을 전달할 필요가 있는데, 지도부가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효과가 크든 작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법안을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데 야당으로서 당연히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