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투입을 약속한 1000억원이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시간을 늘렸다.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5월까지 연장하면서 주요 채권단의 의견 정리와 동의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4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전날인 3일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홈플러스 관리인이 신청한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 연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3월 4일까지였던 가결 기한은 5월 4일까지로 두 달 연장됐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안 가결을 절차 개시 후 1년 이내에 마치도록 하되,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6개월 범위에서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MBK파트너스의 자금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법원은 "MBK파트너스가 우선 투입할 1000억원으로 연체 중인 직원 급여 등 시급한 채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고 폐지될 경우 1000억원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의견서를 통해 3월 4일까지 500억원, 3월 11일까지 추가 50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인가가 무산되더라도 해당 자금에 대한 상환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통상적인 DIP 금융이 회생 실패 시 우선변제권을 전제로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 매각 진행 상황도 연장 판단의 배경으로 들었다. 관리인은 슈퍼마켓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며, 복수의 원매자가 관심을 보여 인수의향서 제출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주 중 채무자와 주주, 채권자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섯 차례 연장한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계획안을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DIP 금융을 통한 3000억원 신규 차입, 슈퍼마켓 사업 부문 매각, 41개 부실 점포 정리 등이 담겼다. 수조 원대 금융채무 조정과 출자전환, 채권 감면을 포함한 구조다.
이제 절차는 채권자 집회 표결로 이어진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채권단인 메리츠를 포함한 금융권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5월 초 인가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는 이번 결정을 두고 자금의 확실성과 책임 구조를 법원이 중시한 결과로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실제 자금 투입의 이행 가능성과 그에 따른 리스크 부담 구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DIP는 회생 실패 시 우선변제나 회수 장치가 전제되지만 이번 건은 실패를 전제로 한 회수 포기 의사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요소"라면서 "선제적 자금 투입이 현실화된 만큼 다른 이해관계자들, 특히 주채권단인 메리츠도 입장을 정리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