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국을 '동족'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쐐기를 박았다.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재확인하며 북미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한 한국의 입지를 더 좁혔다. 정부는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한국을 동족에서 영원히 배제"…당대회서 적대국 제도화 관측
북한은 26일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제9차 당대회 폐막 소식을 전하며 지난 20~21일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결산)보고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당대회는 25일 열병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결단을 내린 데 대하여 지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종적 중대 결단은 적대적 두 국가론의 명문화로 풀이된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일부 개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이고 졸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제시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등 3대 대북 원칙과 관련 유화책이 대남 적대 노선 규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과거 시대의 낡은 관념과 유물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라며 남북 관계 특수성을 배제하는 듯한 언급을 내놓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들을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화, 협상, 교류, 협력 등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불명하다.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해 다시금 천명한다"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거론하고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했다. 또 남부 국경선의 요새화와 화력체계 보강 등을 언급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불가역적 핵보유국으로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인 남한과는 영원히 결별하되 필요시 압도적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역대급 호전적 대남 선언"이라며 "대남 전략의 근간을 뿌리째 바꾸는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조미 관계는 전적으로 美에 달려"…한국 배제한 뒤 북미 관계 모색 돌입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선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다면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어 "미국이 관습적으로 우리에게 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대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비례성 대응에 일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미 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은 향후 북미 관계를 독자적으로 풀어갈 것이고, 적대국인 한국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종의 통미봉남 정책이 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의 제도화로 철저히 배제하면서 미국과는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대화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을 고려했던 정부로서는 실망을 감추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에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우리 정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적대와 대결의 언행을 삼가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접경지역 평화안전 연석회의'에서 "북한이 밝힌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남북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남북이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공존이 남북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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