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이 국내 전기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격 인하 흐름이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번지면서 수입·국산 업체 간 '점유율 각축'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Y 프리미엄 RWD 가격을 4999만원으로 300만원 인하했다. 모델3 퍼포먼스 AWD 가격도 기존 6939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940만원 낮췄다. 보급형인 모델3 스탠다드 RWD 역시 1000만원 내린 4199만원에 책정했다. 보조금 적용 시 실구매가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에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의 가격을 다음 달부터 최대 761만원 인하한다. 기본형 '코어' 트림은 기존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761만원 낮췄다. 상위 '울트라'와 '울트라 CC' 트림도 각각 700만원씩 인하해 4479만원, 4812만원으로 조정했다. 볼보코리아 측은 옵션 변경 없이 가격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BYD는 2450만원대 소형 해치백 '돌핀'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기본 사양 구성을 무기로 가성비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가격 조정에 나섰다. 기아는 EV5 스탠다드 모델의 실구매가를 3400만원 수준으로 맞추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EV5 롱레인지와 EV6도 각각 280만원, 300만원 인하해 가격 경쟁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차종의 할부 금리를 연 5%대에서 2%대로 낮춰 구매 부담을 줄였다. 판매가 인하 대신 금융 조건을 조정해 체감 구매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가격 인하의 배경으로는 배터리 단가 하락이 꼽힌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2013년 kWh당 827달러에서 지난해 108달러까지 떨어졌다. 10년 새 87% 하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이 늘면서 차량 한 대당 원가 부담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점도 시장 경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점유율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올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은 지났고 이제는 제한된 수요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단계"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점유율 확보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구매가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소비자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는 가격과 금융 조건을 포함한 전반적인 구매 부담을 낮추는 전략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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