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조정실로 이관을 앞둔 가운데 형식적 조직개편을 넘어 실질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조사기관이 감시 대상인 국토교통부로부터 분리되더라도 예산·인사·조사권한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사고 재발방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12.29 여객기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한민국 항공안전조직 선진화 국회세미나 및 토론회'에서 최현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연맹과 국회가 힘을 모아 일궈낸 항철위의 국무조정실 이관은 한국 항공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진전"이라며 "감시 대상인 국토교통부가 스스로를 조사하던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사무실을 옮기고 명칭을 바꾸는 '물리적 이관'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실질적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설되는 항철위는 정치적·경제적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야 하며 오직 안전이라는 가치만을 절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조사관의 독립적 권한을 법제화하고 현장의 전문 인력이 조사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사고조사기구 비교 분석을 발표한 신동훈 조종사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미국·네덜란드·프랑스·호주·영국 등 5개국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항공 사고 조사기구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파티 시스템과 호주 교통안전조사국(ATSB)의 직접 관련자(DIT) 제도를 통한 조사 참여의 개방성과 관계자의 권리 보장, 네덜란드 안전위원회(DSB)의 프로젝트 기반 조사 방식, 프랑스 항공사고조사분석국(BEA)의 예산·인사권 독립,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의 강력한 현장 통제를 통한 증거 자료 보존 등이 결합된 한국형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주도의 폐쇄적인 조사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실무 전문가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도록 하고 보고서 초안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의 의견 제출과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사고 현장에 대한 우선 통제권을 조사기구가 확보해 증거 훼손을 막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적 운영과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입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직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장정희 조종사노조연맹 대외협력실장은 "현재 항철위는 위원장이 비상근인 데다 사고조사관 자격이 없는 사무국장이 조사 관련 업무를 전결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외협력실장은 "사고조사팀을 위원장 직할로 분리해 책임 있게 운영하도록 하고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관 개인 역량에 따라 결과의 질이 좌우되는 구조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독립성의 핵심은 국가 항공당국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이는 국민과 유가족에 대한 책임성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에 기초한 접근은 피해자 권리 보장이 재난 참사 대응의 시작과 끝"이라며 "형식적인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세워 유가족을 배제하는 것은 국제적·헌법적 원칙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에 대한 권리와 피해자의 알 권리·참여권은 구체적이고 실효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항철위가 새로 구성되는 첫 회의에서 정보의 전면적 공개, 특히 유가족에 대한 전면적 공개를 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구가 없어도 능동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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