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을 2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래 판정은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이라고 보고 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찬성해 엘리엇에 손해를 야기한 것이란 취지로 판단했다"며 "만약 이같은 중재판정이 확정돼 선례가 된다면 최대 1800조원 상당의 기금을 운용하며 수천개의 주식회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투자활동이 정부 조치로 간주되며 잠재적인 ISDS 대상으로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렇게 된다면 국민연금은 다른 해외 투자자들까지 고려해 투자하거나 또는 투자활동의 위축이나 국민연금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승소를 통해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란 사실을 국제법적으로도 명확히 했고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연금보험료가 모여 운용되는 국민연금 기금이 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엘리엇은 영국 국왕이 직접 임명하는 칙선 변호사 3명을 선임해 법정에서 공세를 이어갔다.
조 과장은 "정부는 칙선 변호사를 1명만 선임했고, 그 결과 엘리엇이 사건을 수행하는 데 들인 비용은 정부가 지출한 비용의 6배에 달한다"며 "대리인단 비용을 무한정 쓸 수 없는 정부와 비교하면 자금력의 측면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고,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들과 원 팀(One Team)이 돼서 긴밀하게 협업했다"며 "아직 환송중재가 남아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엘리엇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며 엘리엇이 한미 FTA 규정을 근거로 1조원대 ISDS를 제기한 사안이다. 202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한국 정부에 약 1556억원 배상을 명령했지만, 정부는 PCA가 관할권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며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각하했으나 2심인 영국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어 환송했고, 1심 고등법원은 결국 전날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기존 중재판정은 유지되지 않고 사건은 중재 절차로 돌아가게 됐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