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털린 '모텔 연쇄 살인'…사적 제재에 외모 품평까지 논란


"솔직히 예쁘다", "나도 약 타줘"…범죄 미화 댓글
피해자 2차 가해도…"사적 제재 자체가 큰 범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0대 남성 2명을 잇달아 숨지게 한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 넘는 신상 공개에 따른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잇달아 숨지게 한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신상 공개 이후 외모 품평까지 이어지면서 사적 제재 논란은 물론,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디시인사이드와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19일 '강북구 모텔 살인마 인스타그램 공개'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SNS 계정 주소와 함께 피의자로 지목된 20대 여성의 얼굴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름과 나이, 출신 고등학교 등 개인정보도 포함됐다.

공개된 SNS에는 지난 2024년부터 최근까지 이 여성의 셀카 사진이 담긴 게시글 12개가 올라왔다. 공개 이후 팔로워 수는 1만명까지 늘었고, 최근 게시글에는 199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외모를 평가하거나 범행을 미화하는 내용까지 올라오면서 개인이 범죄 가해자를 응징하는 사적 제재를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도 무차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댓글에는 "얼굴이랑 몸매 공개됐다. 솔직히 예쁘긴 하다", "요즘 험한 세상인데 그러게 누가 음료수 덥석 받아 마시랬냐", "남자들 독약으로 참교육했다", "누나가 타주는 약 먹고 싶다. 나도 죽여줘" 등 여성의 외모를 칭찬하고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도 넘는 내용이 담겼다.

2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건물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서울북부지법, 북부지법, 북부법원, 서울북부지검, 북부지검 자료사진 /20220824/이새롬 기자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가 명백한 범죄인데도 윤리적 인식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살인 혐의를 받는 사람의 범죄를 미화하거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하는 것 자체로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 유통하는 것은 윤리적 기준을 침해하는 것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리 기준에 관한 교육이 결여돼 있어 사적 제재 행위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파생되는 2차 피해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미 법으로는 다 돼 있더라도 일반 국민들, 특히 미성년자들은 사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모른다. 윤리적인 학교 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해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20대 여성 A 씨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마약류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A 씨의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범행 잔인성, 피해 중대성, 증거 충분성, 범죄 예방 등 공익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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