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유통가에 별다른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 채 차분하게 막을 내렸다.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마다 들썩였던 '올림픽 특수'는 옛말이 됐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오는 3월 21일,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오는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역대급 '보랏빛 특수'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시차에 묻힌 올림픽… 팬덤이 이끄는 '목적형 소비'로 전환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이 유통가에서 외면받은 원인은 시차와 매체 환경 변화,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삼중고가 겹친 탓이다. 개최지인 이탈리아와 한국의 8시간 시차로 인해 주요 경기가 새벽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야식 수요가 실종됐다.
여기에 JTBC 단독 중계로 인한 채널 접근성 하락과 유튜브 숏폼 위주의 시청 패턴 변화로 '본방 사수' 열기가 식은 점도 흥행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고물가 여파로 기업들이 불확실한 스포츠 마케팅에 지갑을 닫으며 공식 후원사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이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시즌을 보냈다.
반면 유통업계는 3월 BTS 컴백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의 부진을 만회할 '보라코노미(Boraconomy)' 특수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코노미는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Bora)과 '경제(economy)'를 합친 신조어로, BTS의 글로벌 팬덤 아미(ARMY)가 창출하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의미한다.
과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국내 콘서트 1회당 경제 효과를 최대 1조2207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업계는 이번 활동의 직간접적 파급력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이벤트는 성적이라는 변수에 좌우되지만 팬덤 경제는 검증된 구매력이 바탕이라 실패 확률이 적다"고 했다.
◆ 편의점 4사, 물량 10배 확보하며 '전시 상황' 돌입
공연이 열리는 광화문 인근 편의점 4사는 수십만 인파에 대비해 사실상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세븐일레븐은 서울시 추산 20만명의 팬이 몰릴 것으로 보고 광화문 및 종로 점포를 중심으로 음료, 생수, 컵라면, 휴대폰용품 등 주요 품목 재고를 최대 10배 확보한다. 특히 점포당 포스기를 최대 4대 추가 설치하고 외국어 능통 직원을 배치하는 한편, 점포 앞 가설 매대에 바나나우유, 얼음컵, 핫팩 등을 전진 배치해 대응력을 높인다.
GS25는 BTS 멤버 진이 모델인 '아이긴' 등 관련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팬심을 겨냥한 하이볼 신제품을 출시한다. 주류와 안주류 물량을 평소보다 8배 이상 늘리고 주요 지점의 매대 구성을 아티스트 테마로 전면 교체했다. CU는 광화문 인근 점포에 모바일 셀프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동식 카운터를 추가 설치해 결제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간편식 발주량을 5배 이상 늘려 인파 유입에 대비한다.
이마트24 역시 시청과 광화문 일대 점포의 재고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K-스낵 전용 매대를 별도로 구성했다. 또한 24시간 운영 체제를 점검하고 야간 근무 인력을 2배로 확충하여 심야 시간대 방문객 응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백화점 3사, 외국인 '아미' 맞이 총력전
백화점 3사도 글로벌 팬덤을 겨냥해 각기 다른 전략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내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여권 제시 고객에게 최대 10% 할인을 제공하고 명동 인근 호텔 투숙객에게 추가 쿠폰을 발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신세계백화점은 쇼핑 편의성 강화에 집중한다. 사후 면세(Tax Refund) 대기 시간 단축을 위해 무인 키오스크를 대폭 확대하고 외국인 전용 라운지 신설을 검토 중이다. 또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와 협업을 강화해 외국인 고객의 결제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전용 멤버십 'H포인트 글로벌'을 통해 식당 예약과 통번역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 택스 리펀드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특히 외국인 고객이 귀국한 뒤에도 국내 쇼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당 앱을 상시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여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 골목상권 온기 확산…전방위로 퍼지는 '보라코노미'
'보랏빛 특수'는 대형 유통채널을 넘어 골목상권까지 번지고 있다. 공연 전후 광화문 주변 숙박 업소는 이미 만실이며, 주변 식당가도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는 "공연 확정 후 단체 예약 문의가 쏟아져 평소보다 식재료를 2배 이상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멤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 코스 역시 지역 상권 활성화의 기폭제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성지 지도' 덕분에 인근 상권 유동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유통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보라코노미' 현상을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서울 테마 굿즈 출시와 항공·교통업계의 한국행 항공편 및 리무진 버스 증차가 대표적 사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BTS 공연은 확고한 팬덤 덕분에 예측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며 "이번 특수가 침체된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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