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동맹' 연쇄 붕괴…K-배터리 전략 수정 불가피


전기차 캐즘에 고정비 부담 큰 합작법인 정리 나선 완성차 업계
배터리 업계, 신규 수요 확보 위해 ESS 집중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배터리사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에서 발을 빼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맺어온 전략적 파트너십이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사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JV)에서 발을 빼거나 지분을 축소하는 '탈(脫) 동맹'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수요처가 줄어든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공장을 전환하는 등 발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는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재조정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텔란티스가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SPE를 설립한 이후 4년만의 결별이다.

스텔란티스의 이같은 결정은 전기차 사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왔다. 최근 220억유로(약 38조원) 규모의 자산 손상이 발생한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며 생존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스텔란티스는 앞서 지난달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캐나다에 만든 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을 정리했다. 스텔란티스는 이 법인에 약 9억8000만달러(한화 약 1조4400억원)를 출자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LG에너지솔루션에 모두 넘겼다.

미국 완성차 포드는 지난해 말 SK온과 손잡고 세운 미국 배터리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3년 5개월 만에 해체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블루오벌SK를 통해 포드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생산 공장 3개를 만들기로 했었지만 합작 법인이 청산되면서 이 계획도 무산됐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큰 합작 법인 투자부터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수요처를 잃어버린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전환하며 신규 수요를 마련하는데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북미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SDI는 미국 현지 양산을 통해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관련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알짜 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도 매각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내 전기차 라인을 ESS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ESS 관련 매출을 3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미국 테네시 공장을 거점으로 ESS 수요 대응에 나섰다. 올해 20GWh 이상의 수주를 목표로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ESS 시장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감소세가 예상된다"며 "(반면)ESS 북미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8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ESS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용 ESS가 전년 동기보다 70~80%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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