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중과실이 아니고 배상하면 기소를 원천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환자와 유족의 권리를 제약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있다. 각각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희승 민주당 의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공소 제한 등 의료사고 수사 및 형사 특례를 만들어 필수의료 의사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진료에 전념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10일 의과대학 증원 계획과 함께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중과실 여부 등을 심의해 수사를 지원하는 의료사고 형사절차 방안을 밝혔다. 상반기에 관련 입법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사고 형사특례와 수사특례는 의료계가 과거부터 요구한 사항이다.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의료 인프라 붕괴 원인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사법 리스크에 있다"며 "지역수가제 도입과 형사처벌 면제 등 근본적 제도 개선책을 먼저 제시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공소를 원천 제한하거나 법원이 아닌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해 기소 제한을 권고하는 데 우려가 크다. 환자 안전에 위협을 받고 진실 규명을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법안들은 필수의료행위 관련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아니고 보험 등을 통해 손해배생했다면 검사가 공소 제기할 수 없는 특례를 담았다. 피해자의 형사 고소, 경찰 수사, 검찰 기소, 법원 재판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에 환자단체엽합회는 "특히 피해 환자와 유가족 진실 규명과 증거 확보 권리를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사고 원인을 의사가 아닌 비전문가인 환자와 유족이 입증해야 하는 현재 사법체계에서 피해자들은 진실 규명과 증거 확보를 위해 형사고소를 하고 있다.
공소 제한은 특혜이며 위헌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소방·경찰·군인 등 고위험 공익 종사자들도 형사면책 특권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에 대해 합의나 배상만으로 검사 공소권을 원천 박탈하는 제도는 유례가 없다는 의견이다. 법안들이 참고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사고 입증책임이 이미 전환돼 있고 사망·중상해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공소제기 불가 특례 조항 역시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헌 결정한 바 있다.
의료사고심의위위원회를 만들어 중과실을 판단하고 단순과실이면 검찰에 기소 자제를 권고하는 법안 내용에도 환자들 우려가 크다. 김윤 의원과 한지아 의원 법안은 의료사고심의위위원회를 신설해 중대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이다. 특히 한 의원 안은 의료사고심의위회 심의 결과 중대 과실이 없는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는 경찰과 검찰에 기소 자제를 권고하도록 했다.
환자들은 이 역시 기소 제한에 따른 진실 규명 권리를 막으며 중과실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법원 결정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며 반대한다. 의료사고심의위에서 '업무상 과실' 여부만 판단하고 중과실은 판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법안에 의사와 수사기관만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평등원칙에 반한다며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특례와 형사특례 적용 기준인 필수의료 범위는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응급, 외상, 분만, 중증소아로 한정하고 법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의원 법안은 필수의료를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와 중증질환·심혈관·뇌혈관·분만·소아 등 생명과 신체에 중대 위해가 발생할 수 있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lovehop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