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家) 장녀 구연경 대표가 보유 중인 메지온 주식을 LG복지재단에 넘겼다. 부정 거래 의심을 받아 수증 보류됐던 '논란의 주식'을 1심 무죄 선고가 나오자마자 기부한 것이다. 검찰의 항소로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구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열린 올해 첫 LG복지재단 이사회에서 메지온 주식 3만5990주(약 6억5000만원 규모)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LG복지재단 이사진들은 보통재산 수증 안건을 올렸고,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찬성 5명)로 메지온 주식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기부된 구 대표의 메지온 주식은 앞서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다. 부정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이라는 의심을 받아서다.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4월 '블루런벤처스(BRV)가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를 매수해 부당 이득(약 1억원)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아 왔다. BRV는 구 대표의 남편 윤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투자 회사로, 윤 대표 역시 구 대표가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게 중요 정보를 전달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 기부를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3월 언론을 통해 부부의 '수상한 주식 거래'가 알려진 이후 메지온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 시도했다가 같은 해 4월 이사회 수증 보류 결정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구 대표는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공익법인에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 기부를 재차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이다. LG복지재단의 이사회가 열린 시점은 1심 선고일(2월 10일) 바로 다음 날이다.
다만 수증 보류를 통해 '논란의 주식'임을 사실상 인정했던 LG복지재단 측이 1심 선고 직후 구 대표의 메지온 주식을 기다렸다는 듯이 수증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소 성급한 행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구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모두 씻어낸 것도, 메지온 주식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검찰은 지난 13일 구 대표와 윤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는 등 유무죄를 지속해서 다퉈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구 대표가 윤 대표의 회사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그 정보가 공개되기 일주일 전 해당 종목을 대량 매집한 사안"이라며 "원심은 정보가 전달됐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주식의 매수 규모가 피고인의 자산 규모 대비 소액이라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경제·생활 공동체인 부부 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LG복지재단 운영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심 선고 직후, 검찰의 항소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메지온 주식을 수증하기로 결정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사진 가운데 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었을 텐데, 다소 무리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후 1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 메지온 주식을 받아 든 LG복지재단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주식을 처분해 재단 운영에 사용한 뒤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LG복지재단은 LG그룹이 아닌 구 대표 독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LG복지재단은 메지온 주식을 적절한 시점에 처분해 재산 조성비 및 사무비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더팩트>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음에도 메지온 주식을 수증하기로 결정한 이유 등을 듣기 위해 LG복지재단 측, 일부 이사진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