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가 4년3개월 만에 평화의 소녀상 옆자리를 되찾았다. 시민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한 극우단체에 대한 엄정 수사 및 처벌을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739차 수요시위를 열었다. 정의연은 지난 2021년 11월 제1516차 수요시위부터 소녀상과 약 100m 떨어진 국세청 인근 등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이어왔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국민계몽운동본부 등 일부 극우단체들이 집회 신고로 소녀상 옆자리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일장기를 들고 확성기를 이용해 위안부가 매춘이라 주장하는 등 수요시위에 맞선 반대 집회를 벌여왔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고 반대 집회를 중단하면서 이날 수요시위는 소녀상 옆자리로 돌아왔다. 정의연 활동가들을 비롯해 대학생, 수녀, 외국인 등 시민 90여명은 경찰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소녀상 앞으로 모였다.
정의연은 "수요시위의 현장과 피해자의 말하기를 기억하는 소녀상이 있는 공간은 끊임없이 위협받아 왔다"며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마음과 연대가 이 자리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 성폭력의 역사를 폄하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말들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닌 피해자들을 무력화하려는 폭력"이라며 "소녀상을 되찾은 건 시작에 불과하다. 국가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끝까지 수사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전시 성폭력 책임회피. 일본 정치권은 각성하라', '공식사죄. 법적배상'이라고 적힌 보라색 손피켓을 들고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 인정하고 법적책임을 다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수녀 김주희(56) 씨는 "고성방가로 그동안 너무 속상했는데, 오늘 조용히 피해자 분들의 뜻을 기릴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도 "소녀상이 가려져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도 반대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주재석(69) 씨는 "계속 참여하지 못하다가 이번 수요시위는 시간을 내서 왔다. 소녀상과 일본대사관 앞으로 다시 돌아와 뜻깊은 날"이라고 했다. 대학생 최은비(24) 씨도 "소녀상 옆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다"며 "수요시위를 방해했던 극우단체 관계자들을 구속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며 수요시위에 맞선 반대 집회를 벌여온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를 사자명예훼손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집중 수사관서로 지정했고, 서초경찰서는 위안부 피해자 모욕 사건을 각각 수사하던 서울 종로·성동경찰서와 경남 양산경찰서에서 관련 사건을 넘겨받아 병합 수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위안부 사기 중단', '소녀상 철거' 촉구 거리 투쟁을 당분간 중단한다"며 "(경찰이) 사건 본질과 아무 관련 없는 은행 계좌를 털고, 사생활까지 침해하고 있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