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 잇달아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을 받으며 특검 수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법원이 특검 수사 범위와 증명 책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본격 출범을 앞둔 권창영 특별검사팀(2차 종합특검)이 무엇을 반면교사 삼아야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직접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김건희특검은 주요 공소사실 요건인 '김 전 부장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했고, 그림을 김건희 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의 증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고가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그림 전달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림의 자금 출처와 보관 경위 등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에게서 무상 여론조사를 받은 의혹도 무죄가 선고됐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공천 약속 여부 등에 대해 "의심은 가지만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1심 결과를 종합하면 자백이나 적극적 진술이 없는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특검팀이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합리적 관련성 없다"…별건수사도 제동
공소기각도 잇따랐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이른바 '김건희 집사'로 불린 김예성 씨의 횡령 사건에서 일부 무죄와 함께 일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가 김건희 씨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됐다고 보이지 않고, 의혹의 중요한 수사 대상인 투자금과도 무관하고 범행 시기도 광범위하다"며 "단지 피고인이 동일하다거나 소유 법인이 횡령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특검법상 수사대상인 '관련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평고속도로 의혹으로 기소된 국토부 서기관 사건에서도 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며 특검팀 기소 사건 중 처음으로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특검법상 수사대상과의 합리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소기각은 기소가 형식적 소송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때 내려지는 결정으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 없이 소송이 종결된다. 법원이 특검팀의 수사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사실상 별건수사에 제동을 건 셈이다.
특검팀은 이에 특검법상 '합리적 관련성'은 폭넓게 해석돼야 한다며 항소한 상태다.
◆ 2차 종합특검 과제는…수사대상 관련성·증거 보강
이같은 1심 결과는 조만간 공식 출범을 앞둔 2차 종합특검팀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3대 특검에서 규명하지 못한 의혹을 넘겨받게 되는 만큼, 수사 범위 설정과 법리 구성에서 더욱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법상 수사대상과 관련성 명확화 △기소 전 증거 구조의 촘촘한 보강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 확보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천개입 의혹과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은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의심'과 '형사 책임'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검의 수사 범위를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한 2차 종합특검법도 주목된다.
특검법은 가장 해석이 분분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놓고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위증죄, 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 △영장에 의하여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죄 △범죄수익의 원인 또는 그 처분으로 인한 뇌물죄 등 △1개의 목적을 위하여 동시 또는 수단결과의 관계에서 행하여진 범죄 등으로 규정했다.
2002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차정일 특별검사팀도 별건 수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특검의 수사 범위를 놓고 정립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별건 수사라 하더라도 수사 대상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수사 대상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잇단 무죄와 공소기각을 통해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으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있다.
2차 종합특검은 진상규명을 바라는 여론에 쫓겨 가시적 성과를 우선시하기 보다는 엄격한 수사범위 해석과 법리와 증거 중심의 판단으로 공소유지의 안정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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