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일본 자유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책 '사나에노믹스'에 힘이 실렸다. 이에 한국 산업계가 받을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뒤 "책임 있는 적극 재정으로의 대전환, 안보 정책 및 정부 정보 기능 강화 등 중요한 정책 전환을 호소해 왔다. 이런 호소가 국민 이해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역대급 추가경정예산안을 단행했고 올해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22조3000억엔(1140조36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처럼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에 국가가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을 언급하며 AI와 조선, 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를 집중 투자 대상으로 지정한 점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확대를 통해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표방한 상황에서 한일 기업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등이 엔비디아로부터 GPU(그래픽저장장치)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AI 역량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정부 지원을 입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과열되는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2035년까지 건조량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조선업 부활을 꿈꾸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양적으로 중국이 앞서고 한국이 뒤쫓고 있다. 일본은 3위 수준이다. 질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체 존재감이 상당하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한미 관세 협상에 지렛대로 작용했을 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계 기술력과 빠른 납기 등 강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때 점유율 50%에 달한 일본은 이제 중국·한국에 밀리고 있다.
일본은 조선사 통합 등으로 본원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2위 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일본도 미국과 조선업 분야에서 협력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무력 행사를 포기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 연쇄적으로 글로벌 방위비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산업계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보이나,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국방비 지출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엔저도 한국 산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대규모 재정 지출 공약과 새로운 번영 등 약속으로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다. 공약에 식품을 한시적으로 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담았다.
엔화가 많이 풀리면 평가 절하가 발생해 수출 경쟁력 차원에서 힘을 받아, 한국 기업으로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약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본 토요타와 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재정 확장 정책에 따른 엔화 가치의 달러 대비 하락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원-엔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장이 아시아 통화를 묶어서 보고 거래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 산업계는 고환율 기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업계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대형항공사)도 고환율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제조업도 고환율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 확대 정책을 쓸 것으로 보이는데 엔화를 많이 푸니 평가 절하하면서 우리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라며 "또 원·달러 환율과 동조화되기에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도 있다"라고 봤다.
이어 "지금도 높지만, 만약 1500원 이상으로 오르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이 늘어날 수 있으나 원자재가 비싸지는 어려움도 있다. 건설 원자재는 오르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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