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 출판기념회 '풍년'…규제법 매번 좌초되는 이유는


金 총리 청문회 이후 수면 위로
선거 앞두자, 또다시 도돌이표
전국 곳곳 '돈 잔치'…법안은 표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출판기념회가 풍년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 2일 정원오 성동구청장 출판기념회 매우만족, 정원오입니다에서 참석자들이 정 구청장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출판기념회가 '풍년'을 맞았다. '책 정가와 무관하게 최소 5만 원'이라는 관행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법 사각지대에 놓인 출판기념회의 적절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마련은 정치권 안팎에서 해묵은 논란이다. 문제는 제도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차례 불붙은 바 있다. 김 총리는 지난 2022~2023년 두 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 5000만 원가량의 현금 이익을 얻은 것과 관련, "출판기념회 당시 권당 5만 원 정도의 축하금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반 국민의 눈으로 봐선 큰돈이지만, 평균으로 봐선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22대 국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출판물 판매 수입을 정치자금으로 포함하고, 출판기념회 개최 시 선관위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30일 내 출판기념회 관련 수입·지출을 신고하지 않으면 수익 몰수·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자금 모금 성격의 편법적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22대 국회에서 나온 규제 법안은 모두 상임위 계류 중이다. 앞서 19대 국회에서는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20대 국회에서는 출판기념회 사전 신고 및 판매 제한, 수입·지출 내역 보고 등 규제 강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이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출판기념회 규제 법안이 번번이 좌초되는 배경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만의 이해관계가 작용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윤호 기자

정치권에선 '출판기념회' 규제 법안이 번번이 좌초되는 배경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만의 이해관계가 작용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출판기념회 수익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의무도, 수입 상한도 사실상 없어 전·현직 정치인에게 '무제한 정치자금 통로'로 기능해 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치인들에게 출판기념회는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결집·과시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며 출판기념회를 연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출판기념회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시사했다. 이 외에도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민호 세종시장 등도 지난달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거셀 때는 잠시 주춤했다가, 관심이 적어지면 출판기념회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늘어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의원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성격의 법안인 만큼,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 중 하나"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그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정치권에서는 결혼 청첩장보다 더 무서운 게 출판기념회 초대장"이라면서 "선거 1년 전에는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향후 입법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은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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