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그림자下] 회장만 바뀌었다…새마을금고 권력구조 고착, 인적쇄신은 '공염불'


쇄신안 이후 남은 '박차훈 사람'…지역이사 '깐부' 여전
권한 분산 제도 속 이야기?…막강한 영향력 논란 지속

여전히 새마을금고 조직 전반에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 2023년 7월 새마을금고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겪으며 위기와 마주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신뢰 회복을 목표로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1월 경영혁신안을 반영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다. 중앙회장의 역할을 대외 업무와 이사회 의장으로 한정하고, 임기를 4년 단임제로 변경했다. 전무이사와 지도이사에게 대표권·인사권·예산권 등을 부여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권한 분산과 견제 기능 강화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 전반에서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치러진 새마을금고 지역이사 선거에서 박차훈 전 회장 재임 시절, 김인 현 회장이 중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 대거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역이사는 중앙회 이사 권한을 갖는 자리로, 전국 13개 권역을 대표해 지역 금고와 중앙회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중앙회장 중심의 영향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이사는 동시에 차기 중앙회장으로 가는 '등용문'으로도 분류된다. 직선제로 선출되는 만큼 지역 내 지지 기반이 검증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회장 역시 남대문새마을금고 이사장 시절 서울지역이사를 거쳐 중앙회장에 오른 바 있다. 쇄신안이 발표됐지만, 박 전 회장 시절 형성된 인적 구도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펀드 출자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DB

◆ '금품수수' 박 전 회장 구속...측근은 여전히 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오랜 기간 지역이사 출신에서 배출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출발점으로는 1998년 유용상 전 새마을금고연합회장 시절이 거론된다. 대구지부장(현 대구지역이사)을 지낸 김헌백 전 회장이 2006년 중앙회장에 오르면서, 지역이사를 거쳐 중앙회장에 이르는 인사 구조가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중앙회 수뇌부 인적 계보는 2010년 신종백 전 회장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 전 회장 역시 당시 울산·경남지역 이사로 활동하며 중앙회 핵심 인맥과 함께 경력을 쌓았다.

당시 함께 지역이사로 활동한 인물들 가운데에는 최천만 전 부평새마을금고 이사장, 송호선 MG신용정보 전 대표이사 등 중앙회 안팎에서 영향력을 키운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김 회장 역시 박 전 회장 체제에서 주요 측근으로 부상했다.

아울러 박 전 회장 임기 당시 이사직을 수행했던 인물 중에는 지난달 치른 지역이사 선거에서 손쉽게 연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지역이사 선거에서 박 전 회장 재임 당시 이사직을 맡았던 인물 가운데 6명이 연임에 성공했다. 민병선 충북지역이사는 2020년부터, 박수용 부산·한상기 강원·김용석 제주지역이사는 2022년부터, 김성진 전북·이강무 경기지역이사는 2023년부터 지역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13명 중 6명 연임에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판세는 다르다. 박 전 회장 체제에서 추대됐던 대전·인천 지역이사가 이번 선거에 불출마하면서 새 인물이 무투표 또는 제한적 경쟁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경선을 치른 끝에 낙선한 사례는 울산·경남 지역이사가 유일했다. 인적 쇄신보다는 기존 구도의 연속성이 더 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앙회 측은 "중앙회는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인 동시에 지역 금고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며 "지역 행사 참석이나 현장 방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 회장 역시 지역 금고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박 전 회장 시절 '측근 관리' 문화가 확산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특정 이사장이 주최하는 지역 행사에 중앙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행위가 조직 내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중앙회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지도이사 △감사위원회 △금고감독위원회 등이 마련됐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는 회의적이다. 지도이사는 행정안전부 출신 인사가 맡지만, 중앙회장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감독위원회 역시 개별 금고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구조다.

감사위원회는 중앙회 직원과 내부 업무를 감사하는 기구며 금고감독위원회가 일선 금고 이사장을 감독한다. 다만 감독위원회 역시 개별 금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만큼 인사 비리나 내부 알력 등 중앙회장 권력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통제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본인이 밀어주는 이사장이 주최하는 지역 행사에 참석해 연설이라도 해주는 인물"이라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사소한 것으로 비춰지지만 이사장들 사이에서는 중앙회장이 지역 행사에 온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일선 금고를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감독권한 이관에 관한 목소리가 나오는 흐름이다. /서예원 기자

◆ 인적쇄신? 답은 '감독권한 이관'...잡음 없애야

농협·신협·수협 등 주요 상호금융 중앙회는 이사회 중심 경영과 비상임 회장 체제를 통해 회장의 직접적인 경영 개입을 제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모두 금융감독원의 직접 감독을 받는다.

신협의 경우 비상임 체제 전환 시점은 새마을금고와 같지만,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견제의 역사와 축적된 경험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신협 노조는 1990년 출범해 올해로 37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인사·보수·조직 운영 전반에서 내부 견제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 노조는 2023년에야 설립돼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농협과 수협은 전문경영인 체계를 명확히 구축하고 있다. 두 중앙회 모두 회장은 비상임으로 두되, 금융부문은 대표이사와 부대표 등 전문경영인이 실질적인 경영과 인사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특히 농·수협은 금융과 비금융 부문을 분리해 운영하며, 회장은 조합원·어업인 대표로서 중장기 방향성과 정책적 판단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역시 2018년부터 비상임 회장 체제로 전환했지만, 감독 권한은 여전히 행정안전부에 있다. 이 때문에 일선 금고를 중심으로 감독 권한을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울러 비상임 체제라는 형식만으로는 중앙회 지배구조의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회장 권한의 실질적 분산과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 그리고 외부 감독의 강화 없이는 쇄신이 제도에만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에 대해 "피감독 기관 입장에서 특정 감독 기관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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