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이 부여되는 나이를 기존 만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입법 주도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황당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보수 청년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장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논의하자고 의견을 냈다. 그는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며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 판단력에 있어서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선거권 행사와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민주주의의 저변을 넓히자는 게 제안 이유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대한민국 16세의 지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여당은 정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정개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뜬금없이 선거 연령을 낮춰 투표권을 주장하기 전 (국민의힘에서) 내부 검토가 있었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자는 건지 의문"이라며 "너무 갑작스런 생뚱맞은 주장이라 (장 대표의 연설 당시) 급조된 선거 선전용의 주장으로 들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투표 연령 하향 조정을 논의하자는 취지는 이해한다"라면서도 "민주시민 교육과 교사들의 정치적 활동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는 게 뜬금없다. 청소년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교육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장 대표가 한 주장은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한 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장 대표의 제안에 호응하는 반응은 감지되지 않는다. 청년층 결집과 표심을 노리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 확립과 주입식 정치 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제 선거 연령 하향에 관한 여야 간 논의는 물론 법제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6월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장 대표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라며 "현재 고1에 해당하는 16세의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고, 교육의 산실인 학교에서 '정치 바람'이 상당히 강하게 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반발과 저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희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는 사견을 전제로 "영국이나 오스트리아 등 투표권을 16세부터 주는 나라가 있다"라면서도 "단순하게 나이를 숫자로만 보고 청소년의 역량을 일반화시켜 16세부터 투표권 부여를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낮춰야겠다면 17세까지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하향 폭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참정권을 부여하는 나이를 확대하는 건 상식적인 일"이라면서도 "과거 참정권 보장 확대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일련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할 의지가 있다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정가에선 연령대가 낮을수록 진보 성향이, 높을수록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게 통념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젊은 세대의 '우클릭' 경향이 심화했다. 꼭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이가 적을수록 진보라는 통념은 옛말이 됐다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10·20세대 보수화 현상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44%, 국민의힘 25%로 집계됐다. 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 응답률은 70대 이상(45%), 60대(2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25%였다(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1.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