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총 1000조 금자탑…역경 딛고 '피크 아웃' 돌파하나


1975년 상장→1999년 한국 1위→2006년 시총 100조 역사
코스피 주주 중 20%는 삼성전자 주주
한국 증시 지키는 버팀목 평가

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96% 오른 16만91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시가총액 1000조108억원을 달성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마침내 시가총액(시총) 1000조원 시대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워시 쇼크'에 따른 급락장 우려에도 전날 6년 만에 하루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더니 이틀 연속 상승 마감해 시장에 깔려 있던 '피크 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0.96% 오른 16만91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시총 1001조108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11%가 넘는 폭등세를 보이며 시총 991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장에서도 외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세를 확정적 상승으로 굳힌 결과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국내 증시 역사상 단일 종목으로는 최초 기록이며, 전 세계에서는 14번째로 높은 순위에 해당한다. 또 같은 날 사상 처음으로 시총 5000조원을 돌파한 코스피의 전체 시총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코스피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 중 약 20%는 삼성전자 주주라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시총 1000조원 고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1975년 상장 당시 시총이 6억4000만원 수준이던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 수출 본격화에 힘입어 1999년 처음으로 한국통신(현 KT)을 제치고 전체 시총 1위에 올랐고, 규모 또한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2006년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흥행 속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 500조원마저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시총 1000조원 돌파는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4만전자'까지 몰리면서 '국장'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시총 1위의 민낯으로 불린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꾸준히 우상향해 올해 '오천피' 달성에 큰 힘을 보태더니, 최근 대외 악재로 연이틀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이 변동성을 급격히 키우는 구간에서도 중심을 잡으며 지수를 견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시장에서는 단순히 주가 상승을 넘어 국내 증시 전체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아가 글로벌 시총 상위권인 '테라 클럽'(1조 달러)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체급 자체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찬사도 이어진다. 이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추가 유입을 유도해 한국 증시 전체의 가치 재평가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가속화가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해 우려를 씻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2% 오른 43조6011억원을 기록하면서 업황 개선 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점점에 도달해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아웃' 우려는 여전히 시장의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으나 '이보다 더 좋은 분위기가 또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과거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이 정점을 찍은 후 급격한 하락을 겪은 전례를 비춰보면 현재 가파른 상승세가 오히려 잠재적인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어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총 1000조원 돌파라는 상징적인 수치를 달성하면서 글로벌 지수 내 한국 비중 자체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반도체 관련 관세 이슈나 매파적 연준 기조 등 대외 변수가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은 남아 있다.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던 시장 체질이 다소 개선되는 과정이라면 이번에 확보한 시총 규모가 국내 증시의 새로운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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