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경기 고양시=오승혁 기자] "예를 들어서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저희 학교를 지원했을 때, 결과를 보니까 더 성적이 잘 나온 학생은 떨어지고 다른 학생은 합격한 그런 사례가 발생한 거죠... 이에 대한 항의가 들어온 거고" (한국항공대학교 관계자)
2026학년도 정시 모집 합격자를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한국항공대학교(항공대)가 정작 오류 사실을 학생들의 제보를 통해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험생들의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입시 행정에서 기초적인 데이터 검증조차 학생들의 손에 맡겨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4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항공대 캠퍼스 본관은 정시 합격자 재발표 이후 등록 절차를 밟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행정상의 과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본관 로비에 설치된 트리와 대학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만든 굿즈가 사무실 곳곳에 장식되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사무실 전반에는 무거운 공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2026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조기 발표에서 발생했다. 2026학년도 대입은 2일까지 각 대학의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진행됐고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합격자들의 등록이 접수된다. 항공대는 당초 예정보다 일찍 합격자를 발표하는 '조기 발표'를 단행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대학 측은 돌연 "성적 재산출이 필요해 합격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발송하며 합격 통보를 번복했다. 취재진과 만난 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수능 성적 데이터를 입학처 시스템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로 인해 탐구 영역 점수 일부가 누락됐다"며 "이로 인해 합격자 순위 산정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오류를 발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학 관계자는 "발표 직후 '성적이 더 낮은 학생은 붙었는데 나는 왜 떨어졌냐'는 식의 학생들 제보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사례를 위주로 확인해 보니 이상함이 발견되어 전수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 측이 합격자 발표 전 최종 데이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대학교가 엑셀 작업조차 제대로 못 해서 수험생들을 천국과 지옥으로 몰아넣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항공대는 오류를 수정한 최종 합격자 명단을 2일 오후 재발표한 뒤 정상적인 등록 절차를 밟으며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3일 학교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주말 사이 전 직원이 투입되어 전수 조사를 마쳤으며, 현재는 3일부터 시작된 등록금 납부 및 입학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결과가 바뀐 학생들에게는 개별적인 사과와 설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생들의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추가 조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상황 확인 차원의 연락이 온 것은 맞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추가 조사를 통보받은 바는 없으며, 현재는 입시 전형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기 발표 자체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선의였으나, 데이터 누락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점은 학교의 명백한 과실"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