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이커머스 컬리가 창립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 달성을 앞두면서 기업공개(IPO) 재추진 가능성도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컬리 김슬아 창업주의 배우자인 정모 넥스트키친 대표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훈풍이 불던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컬리의 주력 고객층이 여성인 만큼 소비자 이탈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1조73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6322억원에서 6.5%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컬리의 영업이익은 92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128억원을 흑자로 돌려놨다.
2014년 12월 김슬아 대표가 설립한 컬리는 상품 큐레이션과 국내 첫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오후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배송해 준다. 이후 김포·창원·평택 등지에 물류 거점을 마련하며 서비스 권역을 전국으로 넓혔고, 최근에는 1시간 배송 서비스 '컬리나우'를 선보이며 쿠팡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컬리는 지난 2021년 자체 물류망을 확보하기 위해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쿠팡을 주축으로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년째 적자를 이어왔으나, 2022년 233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영업손실은 2023년 1436억원, 2024년 183억원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마침내 지난해 1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17억원)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첫 연간 흑자 달성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존 식품 중심 장보기에서 화장품과 패션, 리빙 등 카테고리를 확장한 점이 주효했다. 월 1900원에 무료배송과 할인쿠폰,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도 고객을 끌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론칭해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 유입이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도 누렸다.
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는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 월간활성사용자수(MAU)로 449만명을 집계했다. 이는 직전 연도 동월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주춤한 사이 컬리가 새벽배송 대항마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실적 개선과 함께 고객 유입이 증가하면서 컬리가 IPO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컬리는 지난 2021년 프리IPO로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아 상장을 추진했으나, 당시 증시 환경이 악화하면서 돌연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컬리로서는 IPO를 재도전하는 데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컬리는 IPO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기업가치가 꼽힌다. 4조원대로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2023년 유상증자로 2조6000억원 수준으로 하향조정됐고, 비상장주식 거래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1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컬리가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실적 반등에 성공하고, 경쟁사인 쿠팡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최근 김슬아 창업주 배우자 정모 씨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악재를 맞닥뜨렸다. 정 씨는 컬리가 지분 46.4%를 보유한 자회사 넥스트키친의 대표로, 지난해 6월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넥스트키친은 지난 2019년 정 씨가 창업한 주스 제조·판매 업체 '콜린스크린'과 컬리의 가정간편식(HMR) 공급 업체 '센트럴키친'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넥스트키친은 현재 컬리 '콜린스다이닝' 브랜드관에서 파스타와 미트볼, 샐러드 등의 밀키트를 납품하고 있다. 넥스트키친은 지난 2024년 연 매출 251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해 컬리가 넥스트키친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253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거래 규모가 넥스트키친 전체 매출을 상회할 만큼 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컬리는 넥스트키친과 별개 법인임을 부각하려는 듯 공식 언급은 피하고 있다. 넥스트키친은 사건이 불거진 후 정 대표를 업무 배제한 뒤,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사의 대표가 부부 관계인 데다가 사업적으로 핵심 파트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컬리의 주요 고객층인 20~4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컬리나 넥스트키친이나 한 식구인데 업무 배제가 무슨 소용이냐", "탈팡해서 갈아탔는데 느닷없이 왜 컬리에서 문제가 터지냐" 등의 반응이 잇따른다.
넥스트키친 측은 "(정 대표의) 조사 일정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이 들 경우 권고안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tellm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