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대형마트처럼 약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이 서울에 들어섰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에 1호점을 연 지 8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취급한다. 약사사회는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 "약사의 전문성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3일 서울 홈플러스 금천점 3층에 입점한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의 1호점보다 약 6배 큰 870평 규모로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이날 약국 입구에는 대형마트에서나 볼법한 쇼핑카트가 줄지어 놓여있었으며 곳곳에 쇼핑 바구니가 쌓여있었다. 약 코너도 생활건강, 영양제, 먹는상비약, 바르는 상비약 등 10여가지로 세분화됐다. 영양제 코너에서는 '1+1', '초특가 할인'이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호점 대비 넓어진 공간과 동선이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약 코너를 둘러보고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40대 여성의 바구니에는 테라플루와 타이레놀, 판피린 등의 약이 2~3개씩 들어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연신 두리번거리며 "약을 이렇게도 파는구나"라고 중얼거렸다. 흰 가운을 입은 10여명의 약사들이 돌아다니면 소비자들에게 약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 70대 남성이 "상처가 났는데 이 약을 바르면 되냐"고 약사에게 묻자, 약사는 어떤 상처인지 물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김혜민(48)씨는 "집에 아이가 있어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놓는다"면서 "여러가지 약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박상희(71)씨는 "너무 많아서 뭘 어떻게 사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은 주변 약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했다. 타이레놀와 이지엔은 2500원, 부루펜 400㎎은 5000원, 테라플루 나이트는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상처 연고인 마데카솔 케어는 6g이 4500원, 10g 6500에 판매되고 있었다. 관계자는 제약사와의 직거래를 통해 약값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고형 약국을 바라보는 약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약국의 반경 1㎞ 내에만 20여개의 약국이 있다. 인근의 한 약국 약사는 "창고형 약국이 많이 생기는 추세"라면서도 "오남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은 지난달 31일 정기총회에서 "약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약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유통채널과 결합한 창고형 약국이 약국을 가격경쟁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약사의 전문성과 약국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약국은 단순한 의약품 유통채널이 아닌,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공공보건의 인프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창고형 약국은 전국적으로 30여곳에 달하고 서울에만 5곳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약사법상 창고형 약국의 개업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가', '성지' 같은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약사법에 금지한 환자 유인 행위로 보고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두선 메가팩토리 약국 대표약사는 "당초 2호점은 1호점의 반응을 보고 3년 정도 후에 시작하려 했다"면서 "1호점 반응이 예상보다 폭발적이어서 2호점 오픈을 앞당겼다"고 했다. 그는 "1호점보다 넓고 편안한 공간, 주차장 등을 고려했다"며 "특히 위층에 야간병원이 있어 보건소와 협의에 따라 저녁 7시 이후에도 문을 여는 조제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사의 전문성을 침해한다거나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편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