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용산구=오승혁 기자] "이야! 아직 추운데 여기 사람 왜이리 많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3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을 찾았다. 넷플릭스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 등 한국 전통 요소가 반영된 굿즈를 구매하고 예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화제를 모은 그곳이다.
케데헌의 인기와 '국중박 분장 놀이'의 흥행 등을 통해 지난해 650만 관람객을 기록한 국중박은 이날 올해 포부를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중박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까지 40여분이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관 앞에는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해 쌀쌀한 와중에도 관람객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박물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관람객들의 염원이 유홍준 관장에게도 전달된 모양이다.
유 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중박 650만명과 소속 박물관들의 지난해 관람객들을 모두 합치면 1480만명으로 프로야구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단순히 옛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면서 가능했던 성과"라고 평했다.
이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전 8시30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1시간 반 동안 밖에 세워두는 것도 죄송하고 해서 오는 3월 16일부터 개관 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조정하고,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를 구축해 관람 환경과 운영 전반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중박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2026년을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국민이 머물고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운영 시간 변화와 함께 편의 시설 확충에도 나선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식당과 카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거울못' 식당 상부에 유리로 디자인된 카페가 들어선다.
또한 열린마당과 거울못 사이의 담장을 허물고 '대왕 물봉 계단'을 조성한다.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시 콘텐츠의 깊이도 더해진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발맞춰 우리 밥상의 역사와 민속을 다루는 특별전이 기획됐다. 특히 올해 전시에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국고 및 개인 소장 명품들이 대거 섭외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역사적 지평도 넓어진다. 오는 4월에는 '대한제국실'이 상설 전시실로 새롭게 문을 연다. 유 관장은 "종합박물관으로서 국중박이 이전 보다 더 넓게, 해방 이전 근대기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수장고에 잠자던 44만 점의 유물들에 대한 정밀 조사도 속도를 낸다. 최근 보존 처리 과정에서 귀중한 '검항분서' 자료를 발견하는 등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큐레이터와의 대화' 등을 통해 국민과 소통할 방침이다.
MZ세대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국중박 분장놀이'는 올해 규모를 더욱 키운다. 서양의 핼러윈처럼 가면과 변장을 즐기는 축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는 전국 13개 소속 박물관에서 권역별 예선을 거쳐 서울에서 본선을 치르는 '전국구 페스티벌'로 격상된다.
우리 문화의 해외 확산도 거침없다. 오는 6월에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순회전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회화는 3개월 이상 전시가 불가능하기에 이어 9월에는 영국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순회전이 이어진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는 중세 한국의 지옥 신앙과 사후세계 특별전을 열어 한국 문화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해소할 방침이다. 유 관장은 "전시의 질을 높여 선진국 수준의 문화 민도를 증명하겠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2026년을 맞이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