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증시 회복과 기업금융(IB) 부문의 고른 성장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거액의 과태료 처분이 확정되면서 잔치 개막부터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일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에 대해 총 30억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중 KB증권(16억8000만원)과 NH투자증권(9억8000만원)이 총 과태료 중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1억4000만원), 한국투자증권(1억1000만원), 삼성증권(1억원)도 불완전판매 사유가 확인되면서 오명을 남겼으나 과태료의 대부분이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두 회사에 책임론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증권사 제재 사유에 대해 "(이들 증권사는)ELS 판매 과정에서 녹취 의무를 위반하고 투자자 숙려 기간 중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적발로 실적 잔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또 이번 과태료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자율 배상이나 소송 결과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실적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실제로 과태료 부과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두 증권사 지난해 나란히 역대급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잠정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은 2025년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조4206억원, 순이익 1조315억원을 기록해 '1조 클럽'(증권사 연간 순이익 1조원) 진입과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동시에 달성했다.
KB증권은 아직 지난해 실적 집계 전이나, 기업공개(IPO) 주관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IB 부문 경쟁력을 앞세워 전년 대비 큰 폭의 이익 성장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3분기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거둔 것도 호실적 전망의 원인이다.
이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화려한 성적표 뒤에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매섭게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자행했다고 판단한 점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를 집행하는 시장에서 신뢰가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향후 초대형 IB의 신사업 인허가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이 외형 확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내부통제라는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했다는 증거'"라며 "단순히 과태료 납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향후 배상 절차에 따른 지출이 실적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