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K-라면의 최전선에 선 농심과 삼양식품이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신상열 부사장이 이사회 사내이사로 진입하며 등기임원에 오르고, 삼양식품은 전병우 전무가 첫 해외 생산라인 구축 등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 한 살 터울에 美 컬럼비아대 출신인 농심·삼양 오너 3세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상열 농심 부사장은 오는 3월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로써 신 부사장은 아버지 신동원 회장과 함께 이사회 등기임원으로서 그룹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1993년생인 신 부사장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 경영기획실로 입사했다. 2021년 구매실장(상무)을 거쳐 미래사업실에서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을 총괄해왔으며, 지난해 '2026 정기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지난 2024년 11월 전무로 승진했으며, 그룹 신설 조직인 미래사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농심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 투자·인수합병(M&A)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신 부사장은 스마트팜과 건강기능식품 등 농심이 신사업을 펼치는 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2026 정기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는 어머니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미등기 임원이다. 신상열 농심 부사장보다 한 살 어린 1994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전 전무는 2019년 10월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신 부사장보다 2년 더 빠르게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이듬해인 2020년 6월 경영관리 부문 이사로 승진했고, 식품업계 오너 3세 최연소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3년 10월에는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 겸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삼양식품은 지난해 9월 그룹 내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C레벨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무는 글로벌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에서 전무로 직책을 높였다. 그는 현재 삼양식품 운영최고책임자(COO)와 마케팅총괄(CMO), 헬스케어BU(비즈니스 유닛)장 그룹 요직을 겸직하고 있다. 아울러 전무급인 C레벨 임원들도 총괄한다. C레벨에는 장석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홍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있다. 전 전무는 삼양식품 해외 사업을 이끌면서 지주사도 함께 관리한다.
◆ 신라면·불닭 글로벌 인기에 책임경영 속도 내는 농심·삼양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5억2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연도인 2024년보다 22% 증가했으며, 10년 연속 수출액 증가세를 이어갔다.
농심의 지난해 3분기 누계 해외매출(해외법인+수출액) 1조 2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이 기간 농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도 37.7%에서 39.1%로 확대됐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해 3분기 누계 수출액이 1조3747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42.9% 급증했다. 이 기간 삼양식품 해외 비중은 77.0%에서 80.2%로 커졌다.
농심은 해외에서 6곳(중국 4곳, 미국 2곳)의 생산법인과 7곳의 판매법인을 뒀다. 반면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시설을 이제 짓기 시작했으며, 현재 판매법인 5곳만 마련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중국 자싱시에 8개의 생산시설을 갖춘 첫 해외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이곳에선 연간 11억3000만 개의 라면이 생산된다.
이처럼 K-라면 대표주자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글로벌을 무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의 대를 이은 오너 3세로의 책임경영도 속도가 나고 있다. 양 사의 두 아들들은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내걸어 마케팅 전선에도 뛰어들 전망이다.
농심은 올해로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첫 신제품으로 '신라면 골드'를 띄웠다. 이 제품은 지난 2023년 영국과 호주 등에 선보였던 '신라면 치킨'을 모티브로 해 만들었다. 해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국내로도 출시했으며, 농심은 올 한 해 신라면 40주년을 내세운 마케팅에 주력한다. 신라면일지라도 블랙, 레드, 골드, 툼바, 김치볶음면 등 브랜드를 다원화해 해외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올해 하반기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1만1280㎡(약 3400평) 규모의 수출용 생산공장도 준공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연간 라면 생산량은 최대 60억 개로 늘어난다.
삼양식품 지난해 6월 수출용 생산공장인 밀양 제2공장을 준공했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유럽과 남미권까지 겨눈다는 구상이다. 또한 삼양식품은 지난달 명동 신사옥 이전을 마쳤으며, 사옥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알렸다. 명동은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이 과거 한 음식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영문명인 'Buldak'을 토대로 국내외 마케팅을 강화한다. 미국과 중국 등 수출 주력 국가들을 유럽과 남미권으로 다원화한다는 복안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임원인사 관련해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인 불닭의 성장을 공고히 해 미래 지향적인 경영의 방향과 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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