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상폐 수순에 무게…코스닥 '좀비 퇴출' 신호탄 되나


거래소, 코스닥 23곳 상폐 검토
기술특례 신뢰 흔든 상징 사례로 언급 잦아

시장에서는 파두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파두

[더팩트|윤정원 기자] 파두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상장 과정에서의 중요사항 누락 의혹이 '뻥튀기 상장' 논쟁으로 확산된 데 이어, 상장 이후 진행된 소명 과정에서도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좀비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파두 사례가 퇴출 기준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 숫자로 확인된 괴리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파두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 당시 사업 구조와 매출 인식, 성장성 설명 과정에서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누락됐는지를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기업의 계속 상장 여부를 가르는 본격 절차가 가동된다.

파두가 시장의 도마에 오른 건 성장 스토리와 상장 직후 실적의 간극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파두는 2023년 8월 코스닥에 상장하며 차세대 SSD 컨트롤러 팹리스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2023년 1분기 실적이었다. 증권신고서에는 1분기 매출이 약 176억6000만원으로 기재됐고, 이를 토대로 수주 확대 및 양산 전환, 고객사 다변화 등 성장 시나리오가 강조됐다.

하지만 상장 후 공개된 분기 실적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렸다. 2023년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그쳤고, 3분기 매출도 3억2100만원 수준에 머물며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분기 변동성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낙폭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논란이 커진 지점은 매출이 꺾인 시점이었다. 상장 직후 공시 국면에서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던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장 이전 단계에서 이미 핵심 고객사 발주가 꺾였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쟁점은 자연스럽게 △핵심 고객사·수주 구조 △매출 인식 시점(인식 기준 및 시차) △상장 과정에서의 위험 신호 반영 수준으로 옮겨갔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이익보다 미래 성장성에 크게 의존한다. 이 같은 성장 전제가 상장 직후 흔들렸다면 단순한 실적 쇼크를 넘어 상장 심사·공시 체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시장 불신이 상장 시스템으로 번진 배경에는 형사 절차도 겹친다. 검찰은 파두가 주요 거래처의 발주 흐름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거래소에 제출된 소명 자료 역시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파두가 주요 거래처로부터 발주 중단(또는 축소) 신호를 인지하고도 관련 사실을 누락하고 거래소에 허위 매출 소명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경영진과 법인을 기소한 바 있다. 파두 측은 관련 쟁점에 대해 해명해왔지만 시장에선 "논란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파두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 전반의 신뢰 문제까지 함께 떠안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공개(IPO) 관계자는 "파두는 상장 전 제시된 성장성 설명과 상장 이후 실적 간 괴리가 지나치게 컸다"며 "이런 사례가 정리되지 않으면 기술특례 상장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특례는 미래를 보고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인데 사후 검증이 느슨해지면 결국 시장 전체가 위험 프리미엄을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 거래소, 상폐 검토 23곳…당국이 칼 빼든 이유는

파두는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검토 중인 코스닥 상장사 23개사 가운데 하나다. 이미 일부 기업은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다수 기업은 실질심사 대상 여부 판단 또는 개선기간 부여 절차를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선 파두가 이들 가운데서도 상징성이 특히 큰 사례로 거론된다. 상장 당시 기대와 상장 이후 파장이 모두 컸던 데다 기술특례 상장의 신뢰 논쟁을 한꺼번에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퇴출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신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성장주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상장 실패 사례가 반복되면 위험 프리미엄이 시장 전체에 붙어 우량 기업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처럼 증시 강세 흐름 중간중간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때마다, 시장에 남아 있는 부실이 조정 국면에서 어떤 리스크로 번질지에 대한 경계감도 함께 커진다. 상승장에선 부실이 가려지지만 조정장에선 그 부실이 시장 전체 리스크로 확산되기 쉽다는 이야기다.

당국이 말하는 '좀비기업’은 단순히 적자 기업을 뜻하지 않는다. △상장 과정의 투명성 △상장 이후 정보 신뢰성 △주주 보호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핵심 잣대다. 실적이 부진해도 회복 가능성이 뚜렷하고 공시가 충실하면 시장이 감내할 여지가 있다. 반면 상장 논리가 붕괴했거나 핵심 정보의 신뢰성이 훼손된 기업을 방치하면 자본 배분 기능이 왜곡되고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거래소도 상폐 심사 신속화를 위한 전담 인력 확충과 사후 관리 강화에 나서는 흐름이다. 시장에선 파두 사례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코스닥 시장이 어디까지를 상장 유지의 최소 요건으로 볼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두 사례는 단순한 기업 부실이 아니라 상장 심사 이후 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드러낸 사례"라며 "상장 논리가 붕괴된 기업을 제도 안에 그대로 두는 것은 코스닥 시장 전체의 신뢰 비용을 키우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폐지는 처벌이라기보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이 혁신 기업으로 흐르도록 만드는 자원 재배치 기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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