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바이오 투자 기준…"기술보단 '실행력' 본다"


'JP모건 헬스케어'에서 드러난 투자 기준…"상업화 준비 수준이 핵심"
"개발·제조·허가까지 증명해야…단계별 리스크 분담 공략"

미국 바이오·제약 시장의 투자 기준이 기술력에서 실행력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투자와 협력의 기준이 '기술의 새로움'에서 '실행 가능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했는지보다, 해당 기술이 실제로 개발·제조·허가·시장 진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와 준비 수준을 갖췄는지가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발간한 '2026년 미국 바이오·제약 시장 심층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미국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신기술 발굴보다 상업화 실행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전환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시장 변화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의사결정 기준을 'SMART'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선별적 투자(Selective Capital) △시장 준비도(Market-Ready) △인공지능 내재화(AI-Native) △리스크 대응력(Resilient) △가시적 가치(Tangible Value)다. 이는 기술의 잠재력보다 자본 환경, 개발 단계별 준비 수준, 운영 효율성, 리스크 관리 능력, 실제 매출로의 연결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S'는 "자본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투자 대상이 되기 어렵고, 시장·시점·역할이 명확해야 협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M'은 "임상 단계, 제조 공정, 인허가 전력, 출시 이후 공급 체계까지 실제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A'는 AI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임상 운영·제조 관리·규제 대응 등 실제 업무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R'은 "공급망, 규제, 품질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을 의미하며, 'T'는 "임상 성과가 실제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는 기준이다.

특히 임상 성공 이후에도 제조 차질, 규제 대응 실패, 보험·처방 구조의 한계로 상업화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 제약사들은 초기 단계부터 실행 구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봤다. 단순한 기술 이전보다는 개발·제조·공급·시장 진입 과정에서 역할이 분명한 협업 모델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협업 방식으로 △개발 스케일업을 통한 초기 리스크 분담 △위탁개발생산(CDMO)을 활용한 공급 안정성 확보 △AI 기반 운영 효율화 △임상 이후 의료 현장과의 시장 연결형 협업 등 네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부담을 느끼는 영역을 나눠 맡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시장에서는 임상 성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처방 구조와 환자 관리, 보험·지불 체계까지 고려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 지원 프로그램과 디지털 헬스, 의료 현장 운영 경험을 통해 임상 성과를 실제 사용과 시장 확장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 역시 "기술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상업화 준비 수준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 초기 단계부터 조건부 협업을 통해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단계별로 리스크를 분담하며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 미국 시장에서의 현실적인 생존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실행 가능성을 증명하는 기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기업도 역할 기반 협업과 상업화 관점의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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