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주영 기자] 수년간 고시원에서 홀로 살아온 김기성(78) 씨는 지난해 9월21일 당시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아찔하다. 이날 새벽 김 씨는 급성 뇌졸중으로 홀로 쓰려졌다. 몸을 가눌 수 없던 그의 의식이 점차 흐려질 때쯤 누군가 문을 열었다. 옆방에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 형님', 김추영(84) 씨였다. 그는 이날 '이웃 형님'의 119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효도숙식경로당 거실에서 <더팩트>를 만나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형님이 도와줘서 살았다"고 말했다.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이웃 형님'과는 약 2년 전 '효도숙식경로당'에 입소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효도숙식경로당은 홀로 사는 취약계층 노인가구를 위한 서울 내 최초 노인전용 공동거주시설이다. 이해 편의와 친숙함을 위해 경로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포구가 자체 사업비로 기존 노인정보화교육장을 개편해 지난 2024년 5월 문을 열었다.
층별로 성별 거주공간이 마련돼 현재 남성 8명, 여성 7명 총 15명이 살고있다. 만 65세 이상의 무주택 홀몸노인으로 독립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들이 입주하고 있다. 개인 침실 이외에 주방과 거실, 세탁실을 함께 쓴다.
건물 옥상에 개인용 텃밭을 운영하는 원예 활동을 비롯해 마음 치료, 체조 등 프로그램이 운영돼 활발히 참여 중이다. 이밖에도 생일 파티, 식사 모임 등을 통해 교류한다. 아파트 반상회와 같이 매월 입주 노인과 구청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입주자 자치회의도 열린다.
이같은 공동 주거 생활을 통해 부양가족 사별 등에 따른 사회적 단절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 가구 간 네트워크를 되살린다는 취지다.
김기성 씨처럼 긴급상황 때 즉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침실에 비치돼 사회복지사에게 즉각 전달되도록 메뉴얼도 마련돼 있다.
차정철 효도숙식경로당 센터장은 "9시부터 6시까지 1층 관리실에서 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실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김 어르신처럼 사회복지사가 출근하지 않은 시간에도 즉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연락망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가 지난해말 입주자 대상 입주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동거주시설 생활 만족도는 93%, 시설환경 만족도는 평균 97%, 적응지원 프로그램 만족도는 평균 94% 등을 보였다.
김귀예(83) 씨는 "같이 살기 때문에 싸울 때도 있지만 의지할 곳이 있어 좋다.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김추영(84) 씨는 "홀로 산 지 9년째일 때 반지하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다"며 "목욕도 하고 안전도 보장되는 이런 시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자치구가 노인 고립 해소를 위해 처음 시도한 이 사업이 고령친화 도시의 성공 모델로 발전될지 주목된다.
구 관계자는 "혼자 사는 어르신분들이 이렇게 같는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형태의 거주시설을 처음 시도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고 특히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노인들의 입주 문의가 많다"라며 "수요에 맞게 시설을 늘릴 수 있을지 검토중인데 마포구가 소유하고 있는 가용가능 건물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양로시설 5곳, 노인공동생활주택 30곳 총 35곳이다. 지난해 2024년 서울시 홀몸노인 인구는 총 49만4926명이었다. 이중 수급자·차상위계층 등 경제 취약 홀몸노인은 총 15만7548명으로, 전체의 31.8%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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