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들어가는 현대·롯데, '승자의 저주' 비껴갈까


현대·롯데 사업 재정비로 수익성 개선…재입찰 나서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 위축 '승자의 저주' 우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핵심 사업권 2곳(DF1·DF2)에 대한 신규 운영사업자 입찰을 진행한 결과 최종 롯데·현대면세점만 참여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신라와 신세계가 빠진 인천공항 면세점에 현대와 롯데가 도전장을 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2000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면세업계는 이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으로 오히려 적자인 상황이다. 면세점 입찰이 승자의 저주로 불리게 된 이유다.

신라와 신세계는 수익성 악화로 인천공항 면세점을 줄이는 반면, 현대와 롯데는 이번 기회를 통해 매출 반등을 꿈꾼다. 현대는 인천공항에서 두 개의 면세점 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3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 재도전에 나섰다. 이들이 재입찰에 나선 인천공항 면세점은 DF1·DF2 두 곳으로, 사실상 두 기업이 나눠 갖는다.

◆ 고환율·임대료 부담에 면세점 중도 퇴실하는 신라·신세계

3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핵심 면세 구역인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 사업권 재입찰에 현대와 롯데 두 곳만 참여했다. 계약기간은 영업 개시일부터 오는 2033년 6월 30일까지, 약 7년이다. 이후에도 낙찰업체가 추가로 원할 시 계약갱신 청구를 통해 최대 10년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입찰은 신라와 신세계가 지난 2023년 따낸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진행됐다. DF1과 DF2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신라와 신세계는 임대료 부담과 함께 적자가 쌓여갔고, 10년의 계약기간(2023년 7월~2033년 6월)에서 7년여를 남기고 중도 퇴실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 동 기간(2조5230억원)과 비슷한 2조5437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373억원에서 315억원으로, 내리 적자를 썼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1조7063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1조4529억원) 대비 17.4% 급증했다. 그러나 이 기간 영업손실은 4억원에서 9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하반기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호소하며, 사업권을 반납했다. 인천공항은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면세점 임대료를 매기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 2023년 입찰 당시 면세점 객당 임대료를 DF1 5346원, DF2 5617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신라와 신세계는 이보다 높은 DF1 8987원, DF2 9020원을 써내 사업권을 땄다.

당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관광산업이 재개할 움직임이 컸고, DF1과 DF2 구역이 인천공항 면세점 핵심 상권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은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과 같은 가성비 매장으로 옮겨갔다. 면세점은 고환율 악재까지 맞닥뜨리며, 가격 경쟁에서도 밀렸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상반기 인천공항에 면세점 객당 임대료를 40% 인하하도록 요구했다. 법원은 조정안으로 신라에 DF1 객당 임대료를 8987원에서 25% 낮춘 6717원을, 신세계에 DF2 객당 임대료를 9020원에서 27.2% 내린 6568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형평성, 공정성 등을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에 신라는 DF1을 오는 3월 17일, 신세계는 DF2를 4월 27일까지 운영한 뒤 철수를 결정했다. 두 기업 모두 인천공항에 위약금 1900억원을 물어야 한다.

다만 인천공항엗서 완전히 빠지게 된 것은 아니다. 신라는 DF3(패션·액세서리·부티크) 면세점을, 신세계는 DF4(패션·잡화) 면세점을 그대로 운영한다.

신라와 신세계가 반납한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에 현대와 롯데가 참여했다. 두 기업 모두 이번 재입찰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는 모습. /더팩트DB

◆ 승자의 저주된 면세점…재입찰 나선 현대·롯데, 기대 속 우려도

인천공항은 신라와 신세계가 빠진 DF1, DF2 구역의 재입찰도 3년 전과 같이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신 DF1은 3년 전 최저입찰가격인 5346원을 5031원으로, 5.9% 낮게 책정했다. DF2 역시 5616원을 11.1% 내린 4994원에 제시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4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19년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 1750만명과 맞먹는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게 한파가 불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12조5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조2249억원) 대비 11.8% 감소한 수치다. 또한 팬데믹 이전인 2019년(24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와 롯데는 지난해 사업 재정비로 수익성 개선에 크게 성공했다. 그 결과로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에 나섰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8095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7091억원) 대비 14.2% 증가했다. 동시에 영업손실은 전년 171억원에서 19억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2조295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2조4478억원) 대비 17.1% 감소했다. 대신 수익성에서는 전년 영업손실 922억원을 영업이익 401억원으로 돌려놔 큰 폭으로 흑자 개선했다.

현대와 롯데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대적인 사업 재정비가 꼽힌다.

현대는 지난해 8월 수익성이 저조했던 시내 면세점 동대문점을 과감히 정리했고, 무역센터점은 운영 시간과 층수를 줄이는 등 사업을 축소했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해 K뷰티와 K패션, K주류 등의 다양한 상품군을 소비자들에 선보였다. 롯데는 매출 상당수를 차지했던 중국 다이궁(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동시에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과 베트남 다낭 시내점, 호주 다윈 공항점 등 해외 비효율 면세점을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와 롯데는 인천공항 DF1·DF2 면세점을 나눠 갖는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시내 면세점 정리와 해외 면세점 철수 등의 효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현대는 인천공항에서 DF5(럭셔리 부티크)와 DF7(패션·잡화) 면세점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3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재입찰로 현대와 롯데는 매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신라와 신세계가 DF1·DF2 구역에서 적자를 썼던 만큼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를 신규 오픈하는 등 루이비통과 샤넬, 구찌에 더해 쇼핑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상황"이라며 "면세 쇼핑 트렌드와 변화에 맞춰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프로모션과 제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0여 년 동안 면세사업을 운영해 왔고, 지난해 경영 효율화를 통해 흑자 전환했다"며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내 면세점의 인프라를 강화하고, 동시에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확대해 매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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