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공적 인프라" 금융위 발언 후…빗썸 '상장 비리' 재판에 쏠린 시선


빗썸 '상장 청탁' 사건 2심 결과, 2월 2일 선고
상장 비리 재판과 거래소 규제 논의 맞물려
지분 제한 놓고 업계 반발도 확산

빗썸 상장 비리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검토 방침과 맞물려 법원의 판단이 향후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9월 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는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 모습.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빗썸의 코인 상장 청탁 의혹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래소 내부 인사가 연루된 상장 비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빗썸의 코인 상장 청탁과 관련해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오는 2월 2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이 사건에는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와 사업가 강모 씨도 함께 연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하반기 "특정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명품 시계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상장 여부가 거래소 내부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현금 30억원 수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안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과 추징금 5002만5000원, 강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청탁 및 금품 수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보석을 인용해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금융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상자산 거래소는 제도권 편입 이후 공적 인프라에 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특정 개인이나 소수 주주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업계는 이번 상장 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당국의 규제 논의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 내부 인사가 상장 권한을 매개로 금품을 수수한 사례가 실형으로 인정될 경우, '권한 분산'과 '지배구조 규제'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거래소 상장 심사 권한이 사실상 '사적 재량'으로 운용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며 "법원이 이를 중대 범죄로 판단할 경우, 거래소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거래소 지배구조 제한 기조를 둘러싸고 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대주주 지분율을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인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민간에서 출발해 성장해 온 거래소의 소유 구조를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민간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업계는 증권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증권시장은 거래소와 중개기관이 분리돼 지분 집중이 이해상충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매·체결·시스템 운영이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된 구조다. 이 때문에 ATS에 적용되는 지분 제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거래소 대부분이 규제 대상이 된다"며 "지배구조 변화가 경영 안정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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