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라며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혐의를 놓고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1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선고하고, 나머지 두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가 지난해 8월 29일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알선 수재 혐의에 청탁의 대가 관계를 인정했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8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7월 5일 가방을 주고받을 당시,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라며 "그러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은 피고인에게 청탁의 실현을 위해 알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따라서 이러한 인식과 의사 하에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 여사는 재판 과정에서 전 씨가 "가방과 목걸이를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자 "샤넬 가방을 두 차례 받은 것은 맞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입장을 뒤집었다. 다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 씨가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달 받은 목걸이를 가로채거는 등 대담한 행위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전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가 원금 손실 보장 약정을 맺고, 수익 배분 언급 등을 논의한 것을 토대로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염려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라고 했다. 다만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서 이를 용인했다고 하더라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른바 '공천개입' 의혹으로 불리는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억744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같은 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가까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명 씨와 피고인 부부는 여론조사에 관해 계약서를 작성한 바도 없고, 피고인 내지 부부의 지시를 받았어야 이익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귀속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러한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선고 주문 전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며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을 해하는 것이 부패이고, 부패는 금전적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라 며 "지위가 영리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꾸짖었다.
이날 김 여사는 교도관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면서 법정에 출석했다. 검정 정장 차림에 검정색 뿔테 안경과 머리를 묶은채 하얀 마스크를 착용했다. 1심 주문 당시 김 여사는 일어선 상태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선고를 들었다. 판결이 끝나자 재판부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는 선고 후 취재진에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해 주신 재판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알선수재죄 형이 조금 다소 높게 나와 항소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하면 검찰이 잘못 기소를 한 것이지 왜 항소를 해서 다투냐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지금 무죄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에서도 조속히 항소 포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건희 특검은 지난해 12월 3일 결심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묶어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추징금 8억1144만원을, 여론조사 불법 수수 혐의에 징역 4년·추징금 1억3720만원을 각각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여사는 구형 당시 헛웃음 터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구형 후 최후진술에서는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자격에 비해 제가 너무 잘못한 게 맞는 것 같다"라면서도 "너무 억울한 점이 많다"고 했다. 김 여사에게 이날 실형이 선고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은 오명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