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28일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10분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지난해 8월 29일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며 선고는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지난해 12월 3일 결심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묶어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추징금 8억1144만원을, 여론조사 불법 수수 혐의에 징역 4년·추징금 1억372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그동안 대한민국 법 위에 서 있었다"며 "철저히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고 진술거부권에 숨어 어떠한 진정의 참회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여사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청탁 관련 금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혐의는 김 여사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쟁점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 이준수 씨의 시세조종을 알고 가담했는지 여부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원금 손실 보장 약정을 맺고, 수익 배분 언급 등을 논의한 것을 토대로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여사는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을 뿐, 주가조작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이용됐으며, 주식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주가조작 혐의의 경우 부당이득이 5억 원이 넘을 경우 가중처벌된다. 재판부가 만일 김 여사가 미리 시세조종 등을 인지하고 범행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방조가 아닌 공동정범에 해당된다. 액수 산정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양형이 가벼워질 가능성도 있다.
또 김 여사는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6000만 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8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과 김 여사 측은 '청탁의 대가성'을 두고 다투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통일교 현안 해결을 해준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김 여사는 '의례적 선물'이라며 청탁·대가 관계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향후 재판 흐름은 김 여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 여사는 전 씨가 "가방과 목걸이를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자, 그간의 부인을 뒤집고 "샤넬 가방을 두 차례 받은 것은 맞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6개월간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 결국 일부 인정한 셈이다. 다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또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억744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같은 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가까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치적 공동체'로 판단하고,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본 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반면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명씨가 홍보용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피고인과 윤 전 대통령이 명씨와 공모했다고 인정할 근거도 없다"고 맞섰다. 해당 재판은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수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체포 방해와 비화폰 삭제 지시,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 침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은 불명예 사례로 기록된다.
김 여사는 지난 12월 3일 특검의 구형 후 최후진술에서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자격에 비해 제가 너무 잘못한 게 맞는 것 같다"라면서도 "너무 억울한 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