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협의회가 정기총회를 앞두고 '국민성장펀드' 참여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5년간 150조원 이상을 조성하겠다는 정책펀드가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서 운용사들 사이에선 참여 트랙과 역할, 민간자금(LP) 모집 조건을 둘러싼 계산도 한층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협의회는 오는 28일 정기총회를 연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 대표가 협의회장을 맡은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총회다. 이번 총회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설명회도 이뤄질 예정이며, 협의회 운영 방안과 예산 사용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성장펀드 설명회 예정…재정모펀드가 첫 관문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는 대표 정책자금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5년간 150조원 이상을 첨단전략산업(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로봇·수소·이차전지·미래차·방산 등)과 관련 기업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PEF 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총회 의제로 부각된 이유는 공모 절차가 이미 개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15일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방식 자금모집의 첫 단계로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재정ㅐ모펀드 운용사 선정 공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모 마감은 2월 5일이다.
간접투자 부문은 '재정모펀드–자펀드' 구조로 설계됐다.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조성·운용 방안'에 따르면 2026년 공급 계획(30조원+) 가운데 간접투자는 7조원으로 잡혀 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1조5000억원에 민간자금 5조5000억원, 여기에 재정 4500억원(일반정책성 3300억원·국민참여형 1200억원)을 더하는 형태다.
재정모펀드 운용사 숫자도 구조가 갈린다. 일반 정책펀드 쪽은 재정모펀드 운용사 3개사를 선정해 자펀드 운용사 선정(2026년 6월)까지 산업은행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국민참여형펀드는 별도로 재정모펀드 운용사 1개사를 뽑아 공모펀드 운용사 및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함께 추진하도록 설계됐다.
업계에선 이 구조가 운용사가 무엇을 맡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받아 굴리는 수준을 넘어, 자펀드 라인업 구성과 사후 관리 체계까지 엮일 수 있어서다. 설명회에서는 모펀드 운용사의 자율성, 보고·심사 체계, 자펀드 선정 과정에서의 책임 범위가 핵심 질의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 30조 공급 로드맵…민간 LP가 속도 좌우
정책당국은 올해 자금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위는 2026년 중 30조원 이상을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에 공급하되, 직접투자 3조원·간접투자 7조원·인프라투융자 10조원·초저리대출 10조원으로 세부 틀을 제시했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실행 디테일에 더 쏠려 있다. 재정모펀드가 출범하더라도 자펀드 결성과 투자 집행까지는 기관 LP의 내부 심사 주기와 위험 관리 기준을 넘어야 한다. 특히 국민참여형펀드는 6~7월(잠정) 출시 계획과 함께 재정 후순위 보강·세제 혜택을 통해 손실 위험을 낮추겠다는 구상이 제시돼 있는데, 실제로 개인자금이 어느 정도 유입될지는 운용 구조와 상품 설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대상 범위도 쟁점으로 꼽힌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 직접 영위 기업뿐 아니라 관련 기술·인프라, 거래 상대방 등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 지원 대상으로 잡았다. 범위가 넓을수록 운용사들은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는 판단 기준과 사후 평가 체계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할 수밖에 없다.
국민성장펀드가 간접투자(모펀드)뿐 아니라 직접투자·인프라투융자·초저리대출 등 여러 트랙으로 설계된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직접투자·인프라투융자·초저리대출 대상으로 우선 검토하는 1차 메가 프로젝트 7건을 언급했고, 개별 투자 건마다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 심의를 거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PEF 업계에선 간접투자와 메가 프로젝트의 관계, 딜 파이프라인 공유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 협의회→협회 전환, 논의 테이블에 오를까
정기총회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외에 업계 현안도 거론될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공적 자본+민간 운용' 구조로 설계된 만큼, 업계 안에선 내부통제와 이해상충 관리, 대외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자율 규범 형태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자금이 일부라도 유입되는 모델인 만큼, 운용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요구받는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PEF 협의회의 위상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다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날 총회에서 국민성장펀드 설명회와 함께 협의회의 협회 전환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실제 안건 상정 여부와 의결 가능성은 회원사 의견 수렴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다수다.
박병건 회장도 과거 협회 전환을 두고 운용사들과 소통을 거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찬성 의견이 나온다고 전해졌지만, 중소형 운용사까지 아우르는 대표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숙제로 거론됐다. 총회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확대와 맞물려 "협의회가 업계 공통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까지 만들 수 있느냐"가 논의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정책자금이지만 결국 민간 운용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총회에선 운용 역할과 책임 범위, 민간자금 모집 조건이 어느 수준에서 정리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