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이 신규 국가방위전략(NDS)에 '북한 비핵화' 내용을 제외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본토 방어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북미대화의 문을 닫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NDS에 북한 비핵화 내용이 제외된 것에 대해 "정부는 핵 없는 한반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단-축소-폐기를 통한 실용적·단계적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관련국과도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NDS를 공개했다. NDS는 북한을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핵전력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같은 강한 위협 인식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단기간에 비핵화가 가능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같은 흐름을 두고 미국의 갑작스러운 대북정책의 변화라기보다 누적된 방향 전환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이 각각 채택한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가 삭제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이런 인식 변화를 뒷받침한다. APF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미국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데 대해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신호로 본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오는 4월 쯤 북미회담을 추진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군비통제 체제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구상이 나올 수 있다"며 "뉴스타트(New START)가 오는 2월 5일 만료된다. 이후 새로운 군비통제 체제를 논의할 때 북한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비핵화 목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확히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문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NDS 이후 한국의 대미 전략이 정교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자국 군대를 글로벌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우리가 막을 수 없다"며 "한미동맹의 기본 목표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점을 더 분명히 설명하고, 대만 문제 등 다른 지역 안보 현안과 한국 안보가 동일선상에 놓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기본적으로 ‘우리 집은 우리가 지키고, 너희 집은 너희가 지켜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이 미국 중심 동맹에서 ‘한국 주도의 한미동맹’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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