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 재정비 공방 격화…서울시 "국가유산청, 왜곡 중단해야"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재정비, 함께 풀어야 할 공공 과제"

서울시가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국가유산청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왜곡과 부당한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자, 서울시는 사실 왜곡과 부당한 압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서울시가 합의를 파기하고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유네스코 권고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며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갈등의 책임을 서울시에 전가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은 매장유산 보존 방안 마련과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 이후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산청은 종로구가 제출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회신하며, 서울시가 기존 협의안보다 크게 상향된 최고 높이 145m 이하 계획을 전제로 통합심의를 추진하는 것은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산청은 서울시·종로구·국가유산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최고 높이 71.9m 이하의 조정안이 있음에도 이를 변경한 점을 문제 삼으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시는 해당 높이 논의가 법적 협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국가유산청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실상 일방적으로 기준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종묘로부터 100m 범위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을 제외한 도시관리·도시계획 사항은 서울시 권한이라는 점이 관련 법령에도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매장유산 발굴과 보존 절차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발굴조사 과정에서 조선시대 종묘 관련 도로와 배수 체계 등 중요한 매장유산이 확인됐으며, SH공사가 제출한 보존 방안이 구체성이 부족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가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발굴조사가 법률적으로 완료되지 않아 공사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산청의 판단이다.

반면 서울시는 매장유산 발굴과 보존은 착공 전까지 이행하면 되는 사안으로, SH공사가 관련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국가유산청이 매장유산 심의 문제를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부당하게 결부해 서울시와 사업시행자가 법 절차를 무시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두고도 양측 입장은 엇갈린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종묘 인근 재정비사업에 대해 영향평가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며, 서울시가 기한 내 회신하지 않을 경우 이를 공유하고 현장 실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장 실측을 통한 공동 검증을 제안했으나 국가유산청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아울러 서울시는 정부·지자체·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높이 문제를 포함한 모든 쟁점을 논의하자고 거듭 요청했다. 이민경 대변인은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재정비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공공 과제"라며, 국가유산청이 일방적 발표를 중단하고 공식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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