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29일 나란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가운데, 이번 실적이 추가 반등의 계기가 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시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과 컨센서스 대비 실적 수준, 그리고 경영진 가이던스에 시선을 두고 있다.
◆ 삼성전자, '20조' 가이던스가 만든 기대치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메모리 부문 회복 속도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달 8일 2025년 4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가 18조원대 후반에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잠정치 단계에서 기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DRAM·낸드 가격 반등이 수익성으로 얼마나 전이됐는지,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고부가 제품 비중이 실제로 개선됐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 경쟁 구도와 별개로, 범용 메모리의 정상화만으로도 실적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 효과와 가격 반등이 동시에 반영되는 구간"이라며 "실적 자체보다도 하반기 수급과 가격에 대한 경영진의 코멘트가 주가에 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체력 확인' 성격의 문턱도 있다. 업계에선 이번 분기는 서프라이즈보다도 메모리 업황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본다. DRAM·낸드 가격 반등이 이익률로 얼마나 전이됐는지, 재고 정상화 속도와 제품 믹스(서버 비중 확대)가 개선됐는지가 핵심 지표로 꼽힌다. 실적이 잠정치 수준에서 확인되더라도, 사업부별 수익성의 질과 향후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인다. 특히 이미 기대가 반영된 구간에서는 컨센서스를 소폭 웃도는 수준만으로 추가 상승 탄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수급 쏠림이 일부 분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삼성전자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해도 단기 셀온과 신규 매수 간 수급 싸움이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SK하이닉스, 컨센서스 '16조'…HBM에 쏠린 시선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기대감이 더 크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만큼, 이번 실적에서도 관련 매출과 수익성 지표가 주가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2025년 4분기 매출 전망치는 30조7019억원, 영업이익은 16조1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HBM 출하 증가와 서버용 DRAM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경우 AI 투자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라는 인식이 다시 한 번 강화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주요 고객사향 공급 안정성과 향후 생산 확대 계획이 추가로 확인되면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하이닉스는 기대가 큰 만큼 검증도 까다로운 구간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시장은 HBM 출하 증가 자체보다, 수익성(제품 믹스 개선)과 공급 능력(증설 속도·수율)에서 추가 확인을 원하고 있다. 특히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고객사 발주가 분기 단위로 얼마나 견조하게 유지되는지, 다음 분기에도 HBM 중심의 실적 가시성이 유지되는지 여부가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등락 폭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주가가 이미 성장 스토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에서, 숫자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가이던스가 보수적으로 읽힐 경우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쉬어가는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원하는 답안 수준이 높아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실적은 '확인', 매수는 '전략'의 문제
이번 실적 시즌은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났는지 확인하는 시험대라는 의미가 크다. 특히 삼성전자는 잠정치에서 이미 시장 눈높이를 끌어올렸고,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컨센서스 상회 여부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증권가는 두 회사 모두 실적 개선 흐름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주가 측면에서는 기대치가 단기 등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반도체가 회복되고 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는가'를 따지는 구간"이라며 "실적이 확인된 이후에도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선다면 추가 매수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지금이 막차냐'보다 '실적 이벤트를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과 긍정적 가이던스가 나오면 추격 매수 심리가 붙을 수 있지만, 기대치가 높아진 종목일수록 호재 소화 과정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실적 발표 전후 변동성을 전제로 비중을 나눠 접근하거나, 반등 구간에서 일부 차익을 확보한 뒤 조정 시 재진입하는 식의 리밸런싱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15만2100원) 대비 0.26%(400원) 오른 15만2500원 호가 중이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76만7000원)보다 2.74%(2만1000원) 하락한 74만6000원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