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국외 출장 경비 부풀리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경기도의회 사무처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지금까지 경찰에 입건된 공무원 상당수가 저연차 실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의회 의원과 간부급 공무원이 아닌 말단 공무원들만 혐의를 받자, 공직사회에서는 경찰 수사 방식과 내부 조직 대응을 겨냥해 '꼬리 자르기' '책임 전가' '비겁한 조직의 민낯'이란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수사 중인 '국외 출장비 부풀리기' 사건으로 입건된 경기도의회 사무처 공무원은 현재 14명(사망자 포함 1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외 출장 항공권·숙박비·관광지 입장료 등의 집행 실무를 담당했던 6~7급 공무원이다.
경찰은 애초 업무상 배임 혐의로 10명을 입건해 수사하던 중 최근 5명을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해 초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5월 사무처 직원 가운데 A(30·7급) 씨를 처음 입건하고 공무원들을 줄소환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지난 19일 경찰 조사를 받고 하루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주로 실무자만 입건된 데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국외 출장비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결재 라인 등) 수사 대상 내용은 수사 중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A 씨의 비보와 함께 경기도의회 의원은 한 명도 입건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와 조직 대응 방식을 싸잡아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 '조직의 방관과 침묵이 빚은 비극'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익명 커뮤니티인 '와글와글'에는 수백 건의 글이 게시되고 있다.
게시판에는 '우리는 고생만 했는데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이게 공정과 정의입니까', '이렇게 애먼 목숨을…결혼도 안 한 젊은 직원 목숨마저 앗아가는 곳이라면', '안타깝고 짜증나서 일도 하기 싫다', '직원이 수사로 고통받는 게 맞나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한 '도의원 적폐 출장 좀 없애자', '직원이 자기 주머니 챙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지시에 따랐을 텐데 왜 혼자 책임을 떠안고 가야했는지 어이가 없다', '하급자 직원들만 전전긍긍하는데, 의회는 왜 침묵하는 걸까요', '저게 개인 비리인가요' 등의 글도 있다.
대체로 하급 공무원만 덤터기를 쓰고 이를 지시한 결재라인의 간부급 공무원과 도의원은 빠져나간 점에 허탈해하는 내용과 이런 조직 시스템을 모를 리 없는 경찰이 하급 공무원만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게시자는 "우리가 지금 공적 살인 앞에 입을 닫으면 다음 희생자는 당신과 제가 될 것이다"며 "사태를 방기한 도의원과 간부급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후배들의 고혈을 짜내고, 갈아 넣어 포장한 그 피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나. 당신들이 누리는 알량한 가오와 월급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후배의 생명보다 무거웠는지 반드시 답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유가족을 위한 법률 대응 계좌 개설 △사건이 잊히지 않게 추모일 지정 △대통령실, 감사원 등 동원해 죽음을 방기한 간부와 도의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연일 단위별 성명을 내고 경기도의회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전공노 경기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외 출장 예산 집행과 관련한 도의원 책임, 방치·묵인한 의회의 책임 인정과 사과, 실무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 개선, 조직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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